16일 오후 한양대 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 60대 여성 환자 A씨가 이송되고 있다. A씨는 폐색전증과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박종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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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 구급차 한 대가 멈춰 섰다. 구급차엔 폐색전증과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보랏빛으로 변한 60대 A씨가 실려있었다. 구급대원은 A씨를 다급히 센터 안으로 이송했다. 오재훈 한양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곧바로 초음파 및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A씨의 다리 쪽 혈관 등에서는 다량의 혈전이 확인됐다. A씨는 앞서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2차 병원에 방문했지만 상태가 심각해 한양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한다. 흉부외과 협진을 거쳐 A씨는 오후 9시쯤 입원 절차를 마쳤다.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6일 한양대병원 응급실에선 38.7도의 고열을 앓는 생후 3개월 아기부터 75세 환자까지 약 50여명이 진료를 받았다.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하루 평균 60여명의 중증·응급 환자가 방문하는 서울 동남권역 최상급 응급실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서울에 7곳, 전국에 44곳뿐이다.
16일 오후 오재훈 한양대 응급의학과 교수가 실신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오 교수는 퇴근 시간인 8시를 훌쩍 넘긴 9시 30분쯤 응급실 밖으로 나섰다. 하루종일 커피 외 음식은 먹지 못했다고 한다. 박종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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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치의 2명, 진료보조(PA) 간호사 2명 및 간호사 6명 등 의료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 끼도 먹지 못했다. 커피 2잔에 의지해 중증·응급 환자를 맡았다. 환자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진료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왔다. 교대 시간인 오후 8시가 되자 오 교수는 환자 인수인계 등을 마치고 오후 9시 30분쯤 응급실 밖으로 나섰다. 응급 상황이 계속되는 응급실에서 정시 퇴근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16일 오후 이준철 한양대 응급의학과 교수가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교수는 환자에게 기저질환은 없는지, 현재 상태는 어떤지 등을 물었다. 박종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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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11시 기준 종합상황판 등에 따르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 가운데 중증·응급질환의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80여곳으로, 지난 2월(109곳)보다 20% 이상 줄었다. 추석 연휴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평시의 약 2배로 늘고, 화상 환자는 3배가량으로 늘지만 응급실에선 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오재훈 교수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있어 추석 연휴 기간 경증 환자는 응급실에 방문해도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며 “환자 스스로 응급실에 방문하기 전 종합상황판 등에서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서·남수현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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