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인질 신경전에 2시간 45분 지연
네타냐후 “명단 받기 전에 휴전 안돼” 경고
한때 가자지구 공습… 8명 사망?25명 다쳐
하마스, 결국 명단 공개… 1단계 휴전 시작
6주간 팔 수감자?이스라엘 인질 맞교환
구호물품 트럭 200대 국경검문소 도착
팔 누적 사망 4.6만명… 하루 평균 100명
이 극우 장관은 교전 중단 결정에 사의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1단계 휴전이 이날 오전 11시15분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당초 이날 오전 8시30분 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하마스가 휴전 첫날 석방할 인질 3명의 명단을 넘겨주지 않으며 제시간에 협정이 발효되지 못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정 발표 직전 명단이 전달될 때까지 휴전이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어 발효 예정 시간이 한 시간여 지난 오전 9시39분 “공군이 가자지구의 테러 목표물을 공습 중”이라고 공개하며 하마스를 압박했다. 이날 오전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 8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결국 “현장의 기술적인 문제”로 명단을 보내지 못했다고 주장한 하마스가 10시30분쯤 명단을 공개하며 협정이 발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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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간 휴전 협정 발효가 예정됐던 19일(현지시간) 오전 전쟁을 피해 피란을 떠났던 수많은 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자시티를 떠나 가자지구 북부로 향하는 도로를 걷고 있다. 휴전 협정은 양측 막판 신경전 끝에 무산 위기까지 몰렸다 예정 시간을 3시간 가까이 넘긴 뒤에야 가까스로 발효됐다. 가자시티=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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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졸이던 가자지구 주민들은 그제야 거리로 뛰어나와 축포를 쏘며 휴전을 축하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서는 난민들의 행렬도 시시각각으로 늘어났다. 휴전 발효와 함께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구호물자 반입도 재개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가자지구 남단 케렘샬롬 국경검문소에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약 200대가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단계 휴전 기간 매일 구호트럭 600대를 가자지구에 반입하기로 합의했다.
전쟁이 470일 만에 휴전에 들어가며 끝없이 늘어가던 희생도 멈추게 됐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자정까지 전쟁 관련 누적 사망자는 4만6913명에 달한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루 평균 100명 씩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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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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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1단계 휴전이 시작됐지만 당일까지도 양측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향후 2, 3단계 휴전 협정이 계획대로 이행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6주 동안 이어질 1단계 휴전 기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98명 중 33명이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1890명과 순차적으로 맞교환된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16일째부터는 ‘영구적인 전쟁 종식’에 초점을 맞춘 2단계 협상이 시작된다.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전날에도 언제든 협정이 깨질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동영상 성명을 통해 1단계 휴전은 “임시적”이라며 “우리가 다시 전쟁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새롭고 강력한 방식으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극우의 반발은 상황을 언제든지 악화할 수 있는 변수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장시간 논의 끝에 휴전 합의를 승인했지만, 극우 성향 장관들은 “인질 석방을 위해 종신형 테러리스트들을 풀어주는 내용에 경악했다”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이끄는 원내 6석 정당 ‘유대인의 힘’ 소속 장관들이 줄줄이 사의를 밝혀 네타냐후 연정이 확보한 의석수는 62석으로 줄게 됐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도 1단계 휴전 뒤 전쟁이 재개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18일 재차 밝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의 ‘독실한 시오니즘당’(7석)마저 이탈하면 연정의 의회 과반 의석수(61석)는 붕괴한다. 부패 혐의로 기소된 데다 15개월 전 하마스의 침투 만행을 막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위기가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휴전 합의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휴전이 현실화되며 미국, 카타르, 이집트가 중재한 협상 뒷얘기도 속속 흘러나왔다. 휴전 협상은 석방할 인질과 수감자 명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거듭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야히야 신와르 등 지도부 제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휴전, 이란 지원을 받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 등으로 하마스의 고립감이 커지면서 탄력이 붙었다. 특히 취임 전 휴전을 원한 트럼프 당선인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지난 11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해 압박을 가했고, 그를 만난 네타냐후 총리는 “빠르게 ‘예’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이스라엘 전직 고위 관리가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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