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강돌고래가 공중 소변을 보는 장면. 소변을 쫓는 ‘수신자’는 물 밖으로 소변 줄기를 쫓거나 수면 아래에서 이런 행동을 보였다. 클라리아나 아라우조-왕/행동 과정 제공 |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격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개들은 산책하러 나가면 열심히 냄새를 맡기도 하고, 소변을 보면서 영역 표시를 하잖아요. 이렇게 소변으로 자신을 알리는 행동은 개뿐 아니라 고양이, 여우, 사자, 곰, 쥐 등 다양한 육상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거로 알아요. 그럼 바닷속에 사는 해양생물은 어떻게 영역 표시를 하는 건가요?
A. 포유류·파충류·양서류·조류 등 육상에 사는 다양한 동물들이 소변·배설물 등을 특정 장소나 나무, 바위 등에 묻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자신의 생리적 상태, 무리 내 지위, 건강 상태를 알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해양 생물에게서 이런 행동이 보고된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아예 없진 않습니다.
예컨대 아프리카·중앙아메리카·인도·동남아 해역에 서식하는 어류 종인 시클리드 수컷은 자신의 번식력을 알리고 영역을 주장하기 위해 소변을 내뿜습니다. 유럽과 서아시아 담수·기수에 사는 터키가재 수컷 또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전 소변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적이 되는 가재에게 자신의 강함을 뽐내면서 ‘가까이 오면 공격할 거야’라고 경고하는 것이죠.
고래류와 관련해서는 소변이 주로 ‘성적 신호’와 관련되어 있다는 과거 연구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연구 사례는 현저히 부족한 편입니다. 그런데도 지난 2022년 미국 텍사스의 스티븐 에프(F) 오스틴 주립대 연구진은 큰돌고래가 수중에서 다른 개체의 소변 맛·냄새로 자신의 ‘친구’를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해양생물의 행동과 생태는 육상동물과 비교하면 관찰·연구가 어렵습니다. 설사 여러 해양생물이 소변이나 배설물로 영역 주장을 하거나 의사소통을 한다고 할지라도 육상동물인 인간이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브라질 중부 내륙의 토칸칭스강에 사는 아마존강돌고래들의 독특한 행동이 보고됐습니다.
공중으로 소변을 배설하는 아마존강돌고래의 전형적인 행동. 클라리아나 아라우조-왕/행동 과정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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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아마존강돌고래들이 성기를 수면 밖으로 내놓고 공중으로 오줌발을 쏘아 올리는 행동이 목격된 것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연구집단 ‘세타시아 리서치 그룹’(CetAsia Research Grop)의 클라리아나 아라우주-왕 연구원과 동료들은 2014~2018년 토칸칭스강에서 아마존강돌고래를 연구하는 동안 이러한 독특한 행동을 기록했습니다.
아라우주-왕 연구원은 “처음 그 광경을 목격한 것은 수컷 아마존강돌고래가 물 밖으로 솟구쳐 올라와 배를 드러내더니 성기를 드러낸 뒤 공중으로 소변을 보는 모습이었다”면서 “그런 모습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충격에 휩싸였었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이러한 아마존강돌고래의 ‘공중 배뇨’ 행동을 소개한 논문을 과학저널 ‘행동 과정’ 2월호에 공개했다.
아마존강돌고래가 공중 소변을 보는 장면. 소변을 쫓는 ‘수신자’는 물 밖으로 소변 줄기를 쫓거나 수면 아래에서 이런 행동을 보였다. 존 왕/뉴사이언티스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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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보면, 연구진은 2014년 9월부터 2018년 3월까지 219시간 동안 아마존강돌고래의 행동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수컷 강돌고래들은 총 36회에 걸쳐 공중 배뇨 행동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강돌고래들이 어째서 공중으로 소변을 뿌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배뇨시간 △배뇨자 주변 3m 이내의 다른 개체의 수 △개체 성별 △우기·건기 등 배뇨 시기 등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36번의 공중 배뇨는 모두 수컷에게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가운데 25번(69.4%)이 그룹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수컷이 소변을 보는 동안 1마리 이상의 수컷이 그 주변에 머물렀던 것입니다. 소변을 보지 않는 다른 수컷은 코나 주둥이로 오줌발을 맞거나 소변 줄기를 따라가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25번의 ‘상호 작용’ 가운데 3번은 1마리 이상의 강돌고래가 소변 줄기를 쫓았고, 2014년 12월에 기록된 한 사례에서는 소변 줄기를 따라가 받아먹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마존강돌고래가 공중 소변을 보는 순서(1A-1B-1C11D). 소변을 쫓는 ‘수신자’는 물 밖으로 소준 줄기를 쫓거나 수면 아래(2A·2B·2C)에서 이런 행동을 보였다. 클라리아나 아라우조-왕/행동 과정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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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강돌고래들은 도대체 왜 공중으로 오줌을 쏘아 올리는 걸까요. 연구진은 “아마존강돌고래가 왜 공중 소변을 보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노폐물 제거라는 생리적인 필요를 넘어 사회적 의사소통 기능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공중 배뇨의 67%가 ‘수신자’가 있는 상태에서 발생했으며, 단순한 배뇨시간이라고 치기엔 오래 지속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강돌고래들의 배뇨는 1~41초까지 지속했는데, 이는 몸무게 3㎏ 정도의 육상동물 배뇨시간(13~21초)에 비해 2배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마존강돌고래의 사회 체계나 집단 구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아마존강돌고래는 분홍빛을 띠는 몸색 탓에 ‘분홍돌고래’라고도 불립니다. 담수 환경에서 사는 강돌고래 가운데서는 몸집이 가장 크고, 특유의 외모와 높은 지능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마존강 수은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댐 건설, 불법 포획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아마존강돌고래는 약 3만마리 이하로 추정되며, 해마다 약 7%씩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용 논문: Behavioural Processes, doi.org/10.1016/j.beproc.2025.105149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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