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유엔 기구에서 탈퇴하는 내용에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언론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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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제 대국 정상의 기싸움을 놓고 전 세계가 긴장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통화 시기가 늦춰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3대 지수는 동반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시장은 “미·중 정상의 협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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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절제된 ‘1라운드’ 공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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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방 수위에 대해선 “상당히 절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중국에 10%의 관세 적용을 강행하긴 했지만, 이는 트럼프가 공언해온 60%에는 미치지 못한다. 30일간 유예된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25%보다도 낮다.
특히 트럼프 1기 때 무역 분쟁의 중심에 있었던 미국산 대두는 관세 대상에서 빠졌다. 중국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의미가 있는 미국산 대두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경제 전면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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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복에 “괜찮다”…10일 시한?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있는 중국 해운(북미) 지주회사 시설에서 드론으로 본 중국발 컨테이너 선적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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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경제 사정이 녹록지 않은 중국이 현재까진 미국과의 전면전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미국 역시 중국과 경제·안보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가 얽혀 있어 전면전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협상 조건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보복 관세 부과 시점을 오는 10일로 여유 있게 잡아 놓은 것도 양측의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면서도 “중국의 반격 조치가 발효하기까지 6일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역전쟁의 무분별한 확대를 피하기 위한 협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시 주석과의) 통화는 적절한 때에 이뤄질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다만 관세 부과 직전 협상을 통해 관세를 30일간 유예한 멕시코·캐나다와 달리 ‘톱다운 담판’을 위한 정상 간 통화 시점까지 계속 늦춰지면서 합의점을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 우정국 "중국 택배 취급 중단" 하룻만에 번복
이런 가운데 4일 미 우정국(USPS)은 중국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택배 취급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했다가 하룻만인 5일 재개한다고 번복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소액 상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경우 관세 납부를 면제하던 '탈법'을 뿌리뽑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800달러(약 115만원) 이하 수입품에 대한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exemption)’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후속 조치라는 설명이다.
유럽연합(EU)은 5일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를 통해 역내로 유입되는 모든 수입 상품에 수수료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편안에는 150유로 미만(약 23만원)의 저가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폐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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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엔 “핵보유국”…이란엔 “핵 못가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 대화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의 핵개발 수준에 대해선 “매우 가깝다”고 평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이란에 최대한의 경제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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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최대한의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의 각서에도 서명했다. 각서엔 이란의 ‘돈줄’인 석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는 “이는 이전에 우리(트럼프 1기)가 취했던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 계속됐다면 이란의 지원을 받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대치하고 있는 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콘도 건설 부지를 언급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는 고강도 압박과 사실상의 비핵화를 강조하며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는 온도차가 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개발을 언급하면서 이란이 과거 자신의 암살을 모의했다는 미 법무부 발표(지난해 11월)와 관련한 질문에 “만약 그들이 그랬다면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법무부는 이란혁명수비대가 트럼프 대통령 암살 모의를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혁명수비대 최고 지휘관인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를 지시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였다는 내용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서유진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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