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달러·엔, 150엔대 초반 '뚝'…관세 전쟁 도피처 역할 톡톡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무역전쟁 우려에 도피처…대일 관세는 아직”

BOJ 추가 금리인상 전망도 매입수요 늘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엔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일본 엔화가 도피처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역전쟁 우려에 도피처 역할…“대일 관세는 아직”

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달 150엔대 중·후반대에서 움직였던 달러·엔 환율이 최근 150엔대 초반까지 급락했다.(엔화가치는 상승)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전날 151.46엔으로 마감해(오후 5시 기준)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도 장 개시 전인 오전 8시 35분 151.30~151.31엔 사이에서 움직였으나 장 개시 이후인 9시 29분에는 150.99~151.01까지 하락했다. 장중 140엔대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엔화가치가 상승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및 이에 따른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에 대한 수요 자체가 크게 늘었다. 엔화는 스위스프랑과 더불어 준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 중 하나로 여겨진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의 다이사쿠 우에노 외환 전략가는 “관세 위험을 고려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통화는 엔화나 달러화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해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가 미 동부시각으로 지난 4일 0시 1분에 발효됐다. 중국은 즉각 보복 대응을 발표했다. 오는 10일부터 미국에서 수입하는 원유, 농기계 및 일부 자동차에 10%,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핵심 광물인 텅스텐과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도 시행했다.

이후 중국 경제와 연계가 강한 국가일수록 통화가치가 더 많이 하락했다. 호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요 통화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닛케이 통화 인덱스(2020년=100)에 따르면 엔화는 호주달러화 대비로는 약 5개월 만에, 유로화 대비로는 약 2개월 만에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가장 많이 쓰이는 10개국 통화 가운데 엔화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SMBC신탁은행의 니노미야 케이코 시니어 FX마켓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아직 관세 인상 대상으로 지명되지 않아 엔화로 도피하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BOJ 추가 금리인상 전망도 엔화 매입 수요 늘려

BOJ의 추가 금리인상 관측이 강해진 것도 엔화 매입 수요를 늘리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현재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음날인 5일엔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도 같은 자리에서 “현재 일본은 인플레이션 상태라는 인식”이라며 같은 견해를 내비쳤다.

BOJ가 중시하는 임금 및 물가 지표 역시 추가 금리인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5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월간 근로통계조사에서 물가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임금은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총무성이 지난달 말 공표한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신선식품 제외)도 전년 동월대비 3.0%로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BOJ의 통화정책이 나홀로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다른 국가와 장기금리 격차를 줄여 엔화가치 상승을 유발한다.

소니 파이낸셜그룹의 이시카와 쿠미코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정부 측에서 인플레이션을 의식하는 발언이 연이어 나오면서 금리인상을 BOJ의 기본 정책 노선으로 보는 시장 참가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미일 금리격차 축소와 관련해선 회의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증가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달러·엔 환율 하락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