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된 개는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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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된 개는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이들과 한집에 사는 인간에게도 비슷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암시한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101마리의 개에게 5일 동안 화학물질을 수집하는 ‘실리콘 목걸이’를 부착한 결과, 최소 50%의 개에게서 유해성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기사를 보면, 연구진이 검사 항목으로 삼은 화학물질은 115종이었는데, 개들에게서는 39종이 발견됐다. 또 기온이 더 높은 환경에서는 화학물질의 양과 종류가 급격히 증가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이 개의 소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화학물질에 더 많이 노출된 개들은 방광암과 관련한 바이오마커를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바이오마커란, 세포나 혈관, 단백질, 디엔에이(DNA) 등을 이용해 특정 질병이 존재하거나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는 생체 지표다. 특히 고독성 난연제(플라스틱·섬유·목재 등이 불에 잘 타지 않도록 도와주는 물질)와 프탈레이트(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화학첨가제), 공기 중에 섞이면 대기 오염이 발생하는 물질인 안트라센 등이 방광암 바이오마커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일반 가정환경에서 널리 쓰인다.
캐서린 와이즈 듀크대 연구원은 “이러한 화학물질의 누적 노출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약간 위압적으로 느낄 수 있다”며 “특히 우리가 구매하고 집으로 들여오는 물건들에 대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려고 결정하면 더욱 그렇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다중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연구와 규제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별 화학물질의 독성만 따로 규제하는 정부의 현재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개와 인간에게 노출되는 다양한 화학물질은 혼합 작용을 일으키며 방광암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캐서린 와이즈/환경과학과 기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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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일반적인 노출 경로는 먼지를 통한 것이었다. 화학물질이 제품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먼지에 섞여 흡입되거나 섭취다는 것이다. 앞선 연구에서는 강아지 플라스틱 장난감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누출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더운 지역에 사는 개들에게 이런 화학물질은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많은 화학물질이 부분적으로 휘발성이 있는데, 높은 온도에서는 더 높은 비율로 화학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와이즈 연구원은 “화학물질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노출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화학물질의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향 제품에 간혹 독성 화학물질이 함유될 수 있기 때문에 향 제품 사용을 지양하고, 젖은 걸레나 진공청소기로 집안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화학물질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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