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나마 운하 통항료 면제 합의"…파나마 대통령 "거짓 기반한 외교 규탄"
파나마, 일대일로 탈퇴 선언…中 "美압력으로 협력 파괴…깊은 유감"
파나마 운하 크리스토발 항구 시설 |
(멕시코시티·베이징=연합뉴스) 이재림 정성조 특파원 = 파나마 운하를 놓고 확대돼온 미국과 파나마 간 갈등이 수습되는 듯싶더니 6일(현지시간) 진실 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해군을 비롯한 미국 정부 선박의 운하 무료 통항(통행)에 대해 파나마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파나마 정부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우방국 사이에선 보기 드문 입씨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전날 저녁 엑스(X·옛 트위터)에 "파나마 정부가 더는 미국 정부 선박에 대해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해군 함정의 경우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사례가 연간 40척 안팎으로, 전체 운하 통행량의 0.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선박들이 통행료를 내지 않을 경우 국방부 예산 8천500억 달러(1천230조원 상당)에서 약 1천300만 달러(188억원 상당)를 아낄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절감액 규모가 전체 예산의 0.0015% 정도 되는 셈이다.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 |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 주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 선박의 통행과 관련한 미국 측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며 "제가 아는 한 우방국 간 양자 관계는 이런 식으로 다뤄지지 않으며, (우리는) 거짓에 기반한 외교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나마 운하 통행료 현상 변경이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점을 (전날) 미국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전달했다"며 "대통령에겐 운하 통행료(변경)와 관련한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파나마 정부 설명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청(ACP)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 76조에는 '정부나 ACP가 대양간 수로(파나마 운하) 사용에 대한 통행료 또는 수수료를 면제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파나마 대통령은 "(절감된다는) 1천만 달러 상당이 대체 미국 같은 나라에 얼마나 큰 돈이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운하 통행료가 미국 경제를 파산시킬 만한 정도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파나마가 세계 1등 국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맨 끝에 있는 나라도 아니다"라며 "미국 대통령 지휘를 받아 외교 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에서는 왜 거짓을 근거로 중요한 공식 성명을 내놓느냐"고 트럼프 정부의 합의 발표를 성토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파나마 운하 찾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가운데) |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모랄레스 파나마운하청장은 지난 달 WSJ 인터뷰에서 "운하 관리 영구적 중립성 준수 의무를 위반할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 세계 해상무역의 핵심 통로인 파나마 운하는 1914년 처음 개통됐다.
미국이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건설한 뒤 80년 넘게 관리·통제하다가 영구적 중립성 보장 준수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기해 파나마에 통제권을 넘겼다.
이에 대해 파나마 정부는 "사실무근으로, 파나마 운하는 영원히 파나마 국민의 것"이라고 맞대응하는 한편으론 해당 홍콩계 회사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와 계약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대(對)중국 관계 현상 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기정사실로 굳혔다.
그는 "우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그램에서 공식적으로 발을 뺄 것"이라며 베이징에 있는 파나마대사관을 통해 관련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파나마의 일대일로 사업 탈퇴가 '미국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압력과 위협으로 일대일로 협력을 먹칠·파괴한 행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파나마가 (일대일로) 업무협약을 이어가지 않겠다고 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파나마가 양자 관계의 큰 국면과 양국 인민의 장기적 이익에서 출발해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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