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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 (금)

[팩트체크] 윤 대통령 "인원이란 말 써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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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윤 대통령 면전에서도 "대통령이 국회에서 인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습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앞서 전해드린 대로 단어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구체적인 지시를 한 바 없다. 그러니 잘못도 없다' 이걸 주장해 보려는 겁니다. 본질을 감추려는 시도이고 주장이지만, 이 주장도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혜미 기자입니다.

[기자]

윤 대통령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끌어내라고 한 대상은 국회의원일까, 인원일까.

6차 변론에서 헌법재판관은 이 부분을 집요하게 따져 물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확인한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은 '인원'입니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인원이라고 말했지만, 통화가 이뤄진 계엄 당일 밤 12시 30분, 당시 본관 안에는 군 요원이 없었고, 대통령이 의결 정족수를 언급하며 말한 인원은 분명 '국회의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는지는 위헌 여부를 따지는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입니다.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이 다 끝나자, 윤 대통령은 직접 이렇게 방어에 나섰습니다.

[탄핵심판 6차 변론 (어제) : 인원이라고 얘기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저는 써본 적이 없습니다.]

[앵커]

본인은 사람을 사람이라고 하지, 인원이라고 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이군요.

[기자]

인원은 내가 써 본 적이 없는 말이다. 그러니까, 곽 전 사령관이 꾸며낸 말이다. 이런 취지입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사 역시 같은 주장을 하며 곽 전 사령관을 공격했습니다.

[윤갑근/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사람을 인원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지 않습니까. 군인들만 쓸 수 있는 용어인데 말 전체에 대한 신빙성이 붕괴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군인들만 쓰는 말, 윤 대통령은 안 쓰는 말이라는 건데 정말 그런가요?

[기자]

아닙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중에도 줄곧 '인원'이란 표현을 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탄핵심판 4차 변론 (지난 1월 23일) : (계엄 당시) 국회가 개회 중이고 또 의원회관에도 많은 사람이 있고, 소통관에도 또 인원들이 있기 때문에…]

[탄핵심판 6차 변론 (어제) : 국회 7층 건물 안에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하루 전 6차 변론에서 "인원이라는 말을 써 본 적이 없다"는 주장을 마친 직후에도 이렇게 네 차례나 다양한 상황에서 인원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건 어떤가요? 인원이란 말을 사람이라는 표현을 대신해서는 안 쓴다는 주장은요?

[기자]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서뿐만 아니라, 후보자 시절부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기 전까지 여러 곳에서 사람 대신 인원이라는 표현을 많이 써왔습니다.

심지어 '인원'이라는 단어보다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랬습니다.

팩트체크팀에서 짧게 몇 개를 추려봤습니다. 들어보시죠.

[대통령 후보 인터뷰 (2022년 2월 / 출처: 유튜브 '윤석열') : (조국 사태 때) 대검하고 서울지검 앞에 수만 명? (시위대가) 얼마나 되는 인원인지 모르겠는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2022년 11월) : (경찰이) 집회 신고는 5000명 됐는데 더 많은 인원이 올 것 같다라든지…]

[용산어린이정원 기자단 간담회 (2023년 5월) : 너무 많으면 대화하기도 조금 어려우니까 인원이 조금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어요?]

인원이냐 사람이냐, 본인조차 구분해서 쓰지 않는 단어 하나로 신빙성을 흔들려고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계엄 당일 국회로 군인을 보낸 것이 윤 대통령이고, 포고령을 통해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려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앵커]

요원이냐, 인원이냐, 사람이냐 12·3 내란 사태의 본질은 이런 용어 다툼에 있지 않죠.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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