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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 (금)

“부산구치소 자리 없어 구속 수사 제한” 우려, 현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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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지어진 부산구치소의 노후화 및 수용 과밀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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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구치소 수용자 과밀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 구치소가 법원과 수사 기관에 ‘구속을 숙고해달라’고 이례적으로 요청한 가운데, 구치소 과밀로 피의자 구속이 불발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사법 절차 공정성과 치안 관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우려도 나온다.

“구속 수사가 필요한 사건인데, 제한될 때가 생겨 곤혹스럽다.” 17일 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부산의 한 수사기관에서 제기된 하소연이다. 지난해 11월 부산구치소 측은 법원과 검찰·경찰에 공문을 보내 “구치소 과밀 수용 문제가 심각하다. 법정 구속이나 구속영장 신청·청구를 숙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산구치소 수용률은 남성 148%, 여성 227%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실제 피고인에 대한 구속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발생했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사기·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혐의로 국내 체류 우즈베키스탄인 15명을 검거했다. 스스로 손가락을 찍는 등 자해한 뒤 근로 중 상해를 입은 것처럼 근로복지공단을 속여 5억원 상당의 요양급여 등을 타낸 사건이다.

같은 죄를 지었지만, 이들 중 구속된 건 13명이다. 나머지 2명(600만원 부정수급 A씨·350만원 부정수급 B씨)은 구치소 과밀 문제로 구속되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는 “구속을 피한 외국인들이 소문을 내 피의자들이 자국으로 도피하는 등 수사 어려움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구속된 이들은 국내에서 재판을 받고 결과에 따라 징역 등 처벌을 받지만, 강제 출국당한 A·B씨는 재판을 피하게 된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공정성에 악영향을 주고 수사 동력이 떨어져 치안 관리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973년 지어진 부산구치소는 노후화 및 포화에 따라 2007년부터 이전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기피 시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에 20년 가까이 논란과 갈등을 낳았을 뿐 진전되지 못했다. 2023년엔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입지선정위원회가 12차례 회의와 시민 여론조사 등 숙의 과정을 거쳐 “부산구치소·교도소·보호관찰소를 강서구로 통합 이전하라”는 정책권고안을 냈지만 역시 답보 생태다.

서의택 전 입지선정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지역의 모범 이전 사례와 교정 행정 개선 방안, 대지 확보의 현실적 여건 등을 고루 살폈다”며 “그동안의 반발을 잘 알기 때문에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거쳐 낸 권고안인데 이행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구치소 시설 노후화와 과밀 수용으로 인권 침해는 물론 안전사고 발생을 우려했다. 구치소의 구조적 문제가 법원과 수사기관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도 잘못이라는 게 서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서 전 위원장은 “반발이 크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뛰어넘어야 할 주체는 부산시”라며 “부산시는 토지 용도 변경, 공공시설 확충 등 주민이 납득할 만한 인센티브를 검토해 적극적으로 절충안을 내고 공론화를 통해 반대 이견을 좁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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