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준공인가 받은 기장 리조트… 투입 인력-자재 등 공사 한창 수준
“성급하게 준공 이뤄진 듯” 분석
일각선 “흔한 현장관행, 문제없어”
경찰, 감리업체 등 관련 기관 조사
19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외부에 임시가설물(비계)이 설치됐고 대리석 타일 등의 공사 자재 등이 놓여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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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공사장 주 출입구. 수영장과 PT룸(배관 관리·유지·보수 공간)이 있는 B동 1층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닷새가 지났으나 매캐한 냄새가 여전히 진동했다. 안전헬멧을 쓴 4명의 공사장 진입 통제 요원의 모습만 보일 뿐 작업 소음이 없는 현장은 고요했다. 주요 진입로마다 “산업재해 또는 중대 질병 발생으로 작업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의 작업중지명령서가 부착돼 있었다.
19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C동 외벽에 철제 임시가설물(비계)과 안전 그물망이 설치돼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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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에는 화재 발생 직전까지 공사가 한창 진행됐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C동 외벽은 1층부터 10층 넘는 최상부까지 철제 임시가설물(비계)가 설치돼 있었다. 근로자가 높은 곳에 올라서 외벽과 유리창 설치에 나서게 하려고 만든 구조물이다. 비계 주위는 추락을 막기 위한 파란색의 안전 그물망이 둘러싸고 있었다. A동과 별장동 사이의 1층 외부공간 수백 평은 흙바닥이었고, 조경 공사가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주변에 철근과 나무 합판, 대리석 등의 자재가 수북이 쌓였다. 기자가 들여다본 건물 내부에도 비계와 합판, 시멘트 등이 가득했다.
반얀트리 리조트는 지난해 12월 19일 사용승인(준공인가)을 받았다. 사용승인이란 건축물이 설계도면과 관련 법에 맞게 지어졌는지 확인하고,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는 행정 절차다. 쉽게 말해 누군가 당장 들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공사가 끝난 상태를 뜻한다. 준공 후에도 일정 수준의 내부 인테리어와 보강 공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가 “반얀트리 리조트의 경우 성급하게 준공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재우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화재 당일 840여 명의 근로자가 현장에서 일했다고 하는데, 이는 공사가 한창일 때 투입되는 인력 수준”이라며 “PT룸 등에서 배관 용접이 이뤄지고 있었다면 이 또한 공사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곳곳을 촬영한 동아일보 기자의 영상을 본 20년 경력의 소방시설관리사는 “특정 시기에 맞춰 리조트 문을 열기 위해 공사가 덜 끝났음에도 건축주가 시공사와 감리 등에게 준공을 서두를 것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기장군과 기장소방서, 감리업체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18일에는 이들 기관을 압수수색했다. 기장군은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을 한 기관이고, 기장소방서는 소방시설 관련 인허가를 내준 곳이다. 감리업체는 부실 공사 정황을 현장에서 감시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다. 경찰 관계자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사용승인은 그 자체만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사용승인 과정의 문제점이 화재와 연관됐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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