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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당뇨병, 췌장장애 인정 ‘잰걸음’…“보이지 않는 고통을 보이는 권리로”[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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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국회 소통관에서 1형당뇨병의 췌장장애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서미화 의원(앞줄 왼쪽에서 3번째) 모습. 뒷줄 왼쪽에서 5번째 연분홍색 셔츠와 자켓을 입은 인물이 김광훈 대한당뇨병연합 대표다. 서미화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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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당뇨병의 췌장장애 인정 논의가 점차 윤곽을 보이고 있다. 장애유형 신설 등 정부가 세부 논의를 마무리한 뒤 이르면 올 하반기 국회에서 장애인복지법 하위법령을 개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췌장장애 인정기준 개선 연구 결과의 일부를 보고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날 회견에선 보건복지부 용역연구의 일환으로 대한당뇨병연합과 관련 의학회 등 8개 전문단체가 함께 진행한 당사자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발표한다. 1형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만들어지지 않아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에 반해 2형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생성되지만 인슐린 저항성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질환을 가리킨다.



조사에는 1형당뇨병, 췌장이식절제술 등 췌장장애에 해당하는 당사자와 가족 863명이 참여했다. 짧게는 1개월에서 최장 30년 이상까지 투병해온 이들 환자의 97.1%는 향후 장애 등록을 하겠다고 답변해 췌장장애 인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또한 이를 통해 치료비 부담 경감과 사회활동과 관련한 학교 및 직업 환경·기회 개선 등을 기대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김광훈 대한당뇨병연합 대표 겸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은 “1형당뇨병과 파킨슨병에 대한 장애인정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1형당뇨병의 경우엔 장애인정 기준 등에서 크게 이견이 없어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 사이에서도 과거엔 장애인정에 따른 사회적 낙인과 차별 등 부정적 효과를 우려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인 당뇨 투병의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며 사회 인프라 및 일상생활 여건 개선과 권리 회복 등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것은 췌장장애 당사자들이 의료비 등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의견 사안으론 ‘가족한테 부담 주기 싫다’ ‘직장에서 숨기지 않고 싶다’ ‘어디 가서 1형당뇨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고 싶다’ ‘일상의 제약사항 개선’ ‘질병에 대한 교육 등 사회적 인식 개선’ ‘학교 근거리 배정 및 (교내) 필요사항 해결’ 등이 눈에 띄었다. 이는 대부분 소아·청소년 시기 진단을 받고 장기간 투병하는 1형당뇨병의 특성상 사회적 인식과 그에 따른 교육과 직업 활동의 제약이 경제적 문제와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부의 의료비 지원이 줄어드는 성인 환자와 합병증 부담이 큰 중증환자의 의료비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매월 100만~300만원대의 의료비를 지출하는 경우가 상당했으며, 최고 매월 500만원까지 치료비를 부담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는 정부로부터 당뇨관리기기와 소모품 등의 구입 비용을 90%(약 400만원 한도)까지 지원받는 19살 미만 환아의 의료비(10만~30만원가량)와 큰 격차를 보였다.



김 대표는 “환자들 사이에서 ‘스펙터클’할 정도로 다양한 항목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은데, 그만큼 제도와 환자들이 현실에서 겪는 괴리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라면서 “1형당뇨병 관리와 환자 생활 여건 개선은 의료비 지원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 학교 내 지원을 비롯한 사회적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1형당뇨병의 특성을 고려한 의료서비스 및 의료교육 여건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따라, 환자들이 상시적으로 겪을 수 있는 저혈당쇼크 등의 응급조치에 대응하고 전문적인 의료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권역당뇨병센터’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실제, 조사 응답자의 68.5%는 ‘전담 의료진이 당뇨병과 당뇨 관리방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질문에 긍정했으며, 15% 가량은 ‘항상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한, ‘전담 의료진이 당뇨 관리법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질문에 긍정 답변을 한 비율도 50.3%에 달했다.



이런 탓에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평소 약 복용, 운동요법 등의 당뇨병 관리나 당뇨식이 실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변했으며 질환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심각했다. 응답자의 78%가 ‘일상생활에서 당뇨병을 관리할 때 나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고 토로했고, 63.4%와 48.7%는 각각 ‘당뇨병이 매일 정신·육체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진시킨다’, ‘당뇨병이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항상 그렇다’고 응답했다. 질환 때문에 미래에 대한 우울감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응답 역시 45.3%가 ‘항상 그렇다’, 24.7%는 ‘자주 그렇다’고 답변해 강하게 긍정했다.



이에 대해 구민정 대한당뇨병교육간호사회장(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당뇨병 교육실 간호사)은 “25년간 1형당뇨병 환아를 교육해 오면서 아이들이 혈당 관리만이라도 사회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건강한 사회인으로 본인의 몫을 다하면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느낀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론 안타까울 정도로 그 정도의 지지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1형당뇨병의 장애인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모든 의료기관에 1형당뇨병을 전담하는 응급센터나 의료교육 시스템을 갖추긴 어렵기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같이 주요 지역에 전문센터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인 환자는 20·30대라도 투병 이력이 20~30년 차가 돼 오랜 질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기에 해당 센터에서 사회·심리적인 측면도 지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1형당뇨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지난해 1월 충남 태안에서 1형당뇨병을 진단받은 8살 자녀를 둔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크게 확대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1형당뇨병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확대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턴 장애 인정 검토 작업에도 착수했다. 국회에선 서미화 의원과 김예지 의원(국민의힘) 등이 앞장서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서미화 의원은 “1형당뇨병은 사실상 장애임에도 오랜 기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복지부가 이미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중인 만큼 올해 안에 1형당뇨병이 장애로 인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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