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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기르던 개도 죽어있어”…해남 축사서 소 63마리 떼죽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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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전남 해남군 한 축사에서 소 63마리가 폐사해 경찰과 축사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축사에서 죽은 소들의 모습.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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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이 갈비뼈가 보일 만큼 바짝 말라 널브러져 있고, 기르던 개도 죽어있었다.”



11일 오전 전남 해남군 송지면 한 축사.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뒤로 분뇨 냄새가 가득 풍겼다. 축사 내부는 관리가 전혀 안 된 모습이었고, 분뇨로 가득한 바닥 위에 수십 마리의 소가 눈을 뜬 채 죽어 있었다.

송아지들은 어미 소 옆에 죽은 채 늘어져 있었고, 다른 소들은 서로 엉켜있거나 여물통에 고개를 내민 채 죽어있기도 했다. 특히 죽은 소들은 하나같이 갈비뼈와 엉덩이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마을 주민 김모(62)씨는 “동네 출신 후배가 타지에서 축산업계에 종사하고 있는데, 후배가 고향 축사들의 소를 팔아주려고 갔다가 죽은 소들을 목격해 경찰에 신고했다”며 “해당 축사는 15~20년 전쯤 지어졌는데, 이후 소유주가 많이 변경됐다. 축사 주인은 주민과 왕래가 없어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최모(69)씨는 “뉴스 보고 처음 알았다. 너무 외진 곳에 있고,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아 관리가 안 됐는지 전혀 몰랐다”며 “축사 주인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뒤로 가족이 관리를 하지 않아 다 굶어 죽은 것 같다”고 했다.

11일 오전 전남 해남군 한 축사에서 소 63마리가 폐사해 경찰과 축사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축사에서 죽은 소들의 모습.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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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한 축사에 소들이 죽어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소 63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수의사 등이 직접 확인한 결과 전염병을 의심하기 어렵고, 외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과 축산당국은 폐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남도 동물위생시험소에 질병 유무 감정을 의뢰했고, 전날 오후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전염병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등은 이날 오전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독극물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가 등이 ‘굶어 죽은 것 같다’고 했지만,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축사 주인 A씨(30대 후반)는 당국에 “최근 일정이 있어서 관리를 못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인이 아사(餓死)로 결론 내려질 경우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입건할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해남=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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