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예일대 의대 교수, 김새론 이어 휘성 추모
“동시대 예술인들 잃어…약물 재활 시설 등 턱없이 부족”
고(故) 가수 휘성(왼쪽)과 배우 김새론.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휘성씨의 노래를 참 좋아했다. 앨범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듣곤 했다”며 “동시대를 살아간 예술인들을 잃어가는 일들은 나이가 들면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인 것 같지만, 일찍,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경우는 더 마음이 아픈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상황은 아니나, 약물 과복용은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연구 분야라 더 마음이 아프다”며 “몇 년째 중독 재활시설에 더 많은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외쳐왔는데 이뤄지지 않으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변화가 생길까”라고 했다.
나 교수는 11일 올린 다른 글에서도 “중독의 끝은 죽음이 아니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은 물론 무서운 병이지만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저는 일상을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은 환자를 매일 만난다”며 “문제는 중독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과 재활 시설이 (한국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처벌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일상에 스며든 마약 문제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벌과 치료·재활이 함께 가야 유의미한 변화가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생전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꾸준히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2023년 “장난식으로 DM 걸면 진짜 속상하니까 동물원 원숭이한테 먹이 던지듯 행동하지 마세요. 짜증 대폭발합니다”라며 직접 악플러에게 경고한 바 있다. 그는 2019년 방송인 에이미의 발언으로 프로포폴 투약 의혹과 더불어 성폭행 모의 의혹까지 제기된 이후 많은 악플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나 교수는 2023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온 정신과 전문의로, 지난해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이란 저서를 냈다.
나 교수는 최근 배우 김새론이 사망한 뒤에도 유명인의 도덕적 흠결을 빌미로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김새론이 사망한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에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매장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닌 것 같다”며 “실수하거나 낙오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파괴적 수치심 부여를 멈출까”라고 썼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