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은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중 돌연 기자들에게 이같이 질문했다. 나하린은 자신이 개발한 움직임 언어 '가가(Gaga)'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동문서답하듯 되려 질문을 던졌다. 가가에 대한 나하린의 설명이 이어졌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가가는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엔진을 강화하는 것이다. 인생은 고달프고 우리가 살면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은 너무 많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지 못 하는 문제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갖고 있는 엔진이 약하면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데 우리 각자의 엔진을 강화하면 삶의 무게를 가렵게 느낄 수 있다."
이스라엘의 세계적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데카당스' 기자간담회에서 공연에 참여하는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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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린은 가가는 단순히 우리 몸을 강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식적인 면도 중요하게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가는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삶 속에도 밝은 순간이 있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가가를 바탕으로 구현한 나하린의 무용은 삶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도구인 셈이다. 그래서 나하린은 "모든 사람은 춤을 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체바 무용단은 이스라엘의 세계적 무용단체로 나하린은 1990년부터 28년간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며 이 단체를 이끌었다. 데카당스는 나하린의 여러 작품 중 일부를 발췌해 하나의 공연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2000년 초연했다. 나하린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안무 일부를 새롭게 데카당스에 추가해 선보였고, 이에 데카당스는 늘 변화하며 생동하는 작품으로 전 세계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다.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서울시발레단의 '데카당스' 연습 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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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린은 "몸은 감옥"이라고도 했다. "누구나 춤을 출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몸이라는 자체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나. 춤은 우리를 감옥에서 꺼내주고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나의 작품은 무용수들이 춤을 추게 할 수 있는 핑겟거리에 불과하다."
나하린은 연습 중 거울을 커튼으로 가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용수들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게 한다.
나하린은 "무용수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자신의 감각을 통해 느껴야 한다"며 "거울을 통해 나의 움직임을 교정하고 수정하는 것은 진정으로 나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며 거울을 보는 자체가 무용계의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하린은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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