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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4200년 전 제주에 폭우”… 한라산 흙으로 기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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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습지 퇴적층 조사

‘건조한 기후’ 기존 가설 뒤집어

동아시아 기후 예측에 활용가능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팀이 제주도 한라산 사라오름에서 퇴적층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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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제주도 한라산의 4200년 전 흙을 분석해 당시 폭우의 증거를 밝혀내고 과거 제주도가 건조했을 것이라는 기존 가설을 뒤엎었다. 연구 결과는 제주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장기 기후변화 예측 모델 고도화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조아라 기후변화대응연구본부 선임연구원팀이 한라산 사라오름 습지에서 채취한 퇴적층 속 규조류를 분석해 4200년 전인 홀로세 기후변화 상황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홀로세는 현생 인류가 살고 있는 지질시대로 약 1만1700년 전부터 현재까지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고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 3월호에 실렸다.

규조류는 규산질 껍데기로 싸인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환경에 따라 개체 수와 종 분포 등이 매우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에 과거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지표로 널리 활용된다. 연구팀은 사라오름 습지에서 채취한 퇴적층 표본의 연대 측정과 규조류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4200년 전 제주도에서 모래 입자 퇴적물과 부유성 규조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분석 결과는 당시 제주도에서 폭우가 내렸다는 증거로 제주도가 과거 매우 건조한 상태였다는 기존 가설을 뒤엎는 결과다.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 대류권 상층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인 ‘서풍 제트’가 제주도 강수량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현대 동아시아의 기후변화도 서풍 제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 결과가 오늘날 이상기후의 원인을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는 뜻이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제주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장기적인 기후변화 패턴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해답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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