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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발칸 도살자'와 같은 신세된 '亞 스트롱맨'… "모든 건 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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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외곽 위치한 네덜란드교도소 독방 수감
컴퓨터·휴게실, 체육관·공동 주방 등 이용 가능
유죄 판결 시 ICC 회원국인 제3국 교도소 수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재판 기간 머물게 되는 네덜란드 스헤베닝겐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구금 시설 입구. 스헤베닝겐=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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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재임 중 반인도적 대량 살상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9) 전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감됐다. 한때 ‘아시아의 스트롱맨’으로 불리며 철권통치를 했던 그는 과거 인종청소를 자행했던 전범들과 같은 곳에 구금돼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됐다.

두테르테 “모든 책임 내가 지겠다”


ICC는 12일(현지시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 구금 시설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ICC는 성명에서 “조만간 예비 심문 기일을 정할 것”이라며 “용의자 신원과 심리 절차에 사용할 언어를 확인하고, 그가 기소 내용을 이해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태운 호송 차량이 12일 오전 네덜란드 헤이그 외곽 스헤베닝겐에 위치한 ICC 구금시설로 들어가고 있다. 스헤베닝겐=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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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2016~2022년) 마약 사범을 대거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제 인권단체가 추산한 사망자 규모는 약 3만 명이며 필리핀 정부 공식 집계는 약 7,000명이다.

그는 이날 헤이그 공항 도착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경찰과 군대가 각자 할 일(마약 사범 체포)을 하면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해왔고 그게 이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계속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약 소탕 작전의 당위성을 강변하고 지지 여론을 집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 넓이 독방서 재판 준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헤이그 외곽 스헤베닝겐에 위치한 네덜란드교도소 내 ICC 구금 시설에 수감됐다. 이 시설은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당시 반인륜 범죄 행위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 기소된 용의자들이 형 확정 전까지 갇혔던 곳이다. 대학살을 자행, ‘발칸의 도살자’로 불렸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과 세르비아계 정치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 등이 이곳에 머물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재판 기간 머물게 되는 네덜란드 헤이그 교도소 ICC 구금 시설 독방. ICC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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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민병대 지도자 등 ICC 재판을 받고 있는 5명이 머무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침대·책상·찬장·세면대·변기 등 기본 시설만 갖춘 약 10㎡ 넓이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컴퓨터로 재판 관련 파일을 살펴보고 서류 작성도 할 수 있지만 인터넷은 쓸 수 없다. 도서관, 휴게실 등을 사용할 수 있고 테니스, 농구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루 세끼 식사가 제공된다. 네덜란드 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면 공동 주방에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11일 필리핀 케존시에서 시민들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해 촛불을 켜고 있다. 케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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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형 가능할 수도”


이제 시선은 '형량'에 쏠린다. 필리핀 매체 필스타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본부가 인터폴 필리핀 사무국으로 보낸 협조 요청서 내용을 토대로 "최고형인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대 3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모국을 제외한 ICC와 협약을 맺은 다른 나라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다.

다만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실형이 선고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ICC에서 심의 중인 사안이 많은 데다 그를 ICC 비회원국인 필리핀 땅에서 체포한 게 적법했느냐는 논란도 있기 때문이다. 새라 윌리엄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국제형사법 교수는 NYT에 “정식 재판에만 2년 또는 그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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