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등 의사결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모든 주주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사실상 이사회가 내린 모든 결정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배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성공적 M&A로 평가되는 SK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도 당시엔 무리한 도전이란 의견이 많았다. 상법이 바뀌면 이사진이 소송에 걸릴 각오를 해야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다.
특히 지분을 일부 확보한 뒤 미래를 위한 투자 대신 과도한 배당을 기업에 요구하는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나 투기 자본엔 꽃길이 열린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을 걸어 이사회 결정을 일일이 문제 삼을 경우 기업은 이를 방어하는 데 많은 역량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특히 법적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들은 소송에 휘말릴 경우 본업 경쟁력과 기업 가치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경제단체들이 국회에 찾아가 호소하고,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이례적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일까지 있었다. 2600여 개 상장 기업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M&A, 회사 분할 때 소액주주 피해를 막자는 대안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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