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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퇴직금 4억 몽땅 날릴 뻔했다…피싱 막은 신한은행 직원의 '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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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24년 신한은행 보이스피싱 예방 제도인 'B.T.S상' 수상 내역./그래픽=이지혜




신한은행 직원이 최근 본점 모니터링팀과 협업해 4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과 제도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신한은행 명동금융센터, 11년차 은행 직원인 A씨는 창구를 찾은 B씨로부터 자기앞수표 1억원 3매를 현금화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신한은행 거래 내역이 없는 B씨를 수상히 여긴 직원은 본점 소비자보호부 모니터링팀에 협조를 요청해 자금의 출처를 조회했다. 3억원 자기앞수표는 같은날 신한은행 고객인 C씨가 신한은행 노원역지점에서 출금한 돈이었다.

A씨는 C씨의 인출 내역을 확인한 후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C씨의 자택으로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집 계약대금을 위해 자기앞수표를 인출했다"는 C씨의 이야기를 들었으나 긴장한 목소리에 보이스피싱 피해자임을 확신했다. 실제로 C씨는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행에 속아 3억원을 뽑아 B씨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직원의 즉각적인 신고로 B씨는 현장에서 붙잡혔다. 직원은 C씨가 이날 인출한 나머지 1억원의 자기앞수표까지 추가로 범행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지급정지 등록을 했다. 총 4억원의 인출금은 공직에서 퇴직한 C씨가 수십년간 근무하며 번 퇴직금과 대출을 받은 돈이었다. 명동금융센터 인근에는 상품권 업자가 많아 자기앞수표 발행과 현금화가 일상적으로 이뤄지지만 영업점 직원과 모니터링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달 발생한 명동금융센터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는 경찰에 의해 인출책이 검거된 후에도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하지 못해 은행의 안내를 거부했다"며 "직원의 세심한 업무 처리로 추가 피해까지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를 만들고 직원 교육에 힘썼다. 보이스피싱 예방 우수직원에게 포상하는 'B.T.S'(Brave Thankful Shinhan) 제도는 2023년부터 운영됐다. BTS상을 받은 직원 중 최우수직원은 상·하반기 한 차례씩 선발돼 해외연수 기회를 부여받는다. 지난해 BTS상을 받은 직원은 총 68명으로, 피해 예방금액은 17억3000만원에 달한다.

올해 1월에는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모바일 신청 시스템을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오픈하기도 했다.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로 피해를 보았을 때 은행에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피해자가 분담을 신청하면 은행이 내용을 검토해 자율배상 여부와 배상 수준을 결정한다. 신한은행은 분담 신청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1월 모바일 시스템을 열었다.

보이스피싱 예방에 도움을 주는 'AI(인공지능) 이상행동탐지 ATM(현금자동입출금기)'도 전 영업점에 보급했다. 이 ATM은 일반 ATM과 달리 AI 딥러닝을 통해 연령대별 거래 유형을 학습한 기기로, 고객이 거래 중 통화를 하거나 모자를 착용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면 주의 문구를 띄운다. 신한은행은 2022년 12월 은행권 최초로 AI 이상행동탐지 ATM을 도입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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