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 HD현대, 한화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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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8조원에 육박하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사업’을 두고 펼치는 절친 간의 치열한 맞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HD현대의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이 이 사업에 사활을 걸면서다. 사업자 윤곽은 이르면 이번주 내 드러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17일 사업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사업 방식을 심의한다. 사업방식은 수의계약 혹은 경쟁입찰 중 하나로 정해진다. 최종결정은 다음 달 초 국방부 장관(대행)이 주재하는 방사청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지난달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방사청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KDDX 생산 능력을 갖춘 방산업체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지정하면서 2파전이 확정됐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t)급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선체와 이지스 전투 체계에 모두 국내 기술이 적용되는 첫 국산 구축함을 만드는 사업으로 한국의 방위산업 기술을 알릴 기회이기도 하다.
신재민 기자 |
2023년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기업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시식하고 있는 가운데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오른쪽 첫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 둘째)가 꼭 붙어있는 모습. 오른쪽 셋째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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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DDX사업을 놓고는 두 사람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등 네 단계로 구성된다. 한화오션은 2012년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기본설계를 각각 수주했다. 방사청은 지난해 7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두 회사가 고소·고발전을 벌이며 경쟁이 과열되자 선정을 미뤘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3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도 등 기밀자료 12건을 불법취득한 게 발단이었다. 2023년 해당 직원들이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방사청은 “임원개입의 객관적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2월 HD현대중공업의 KDDX사업 입찰제한을 면제했다.
지난 1월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년 경제계 신년회에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왼쪽 첫째)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둘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 셋째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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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이 사업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정하면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기본설계 수주업체가 통상 수의계약으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경쟁입찰 방식이라면 한화오션이 유리하다. HD현대중공업은 기밀유출 건으로 2023~2025년 방사청 사업입찰 시 감점(1.8점)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2023년 한화오션이 따낸 해군 차기호위함(FTX) 경쟁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은 0.1422점 차이로 고배를 마셨을 만큼 1.8점 감점은 당락에 직결된다.
일각에서는 제3의 선택지로 ‘공동설계 및 선도함 동시건조’ 방안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는 대신, 한화오션에도 협력할 기회를 주는 방식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유출이라는 ‘원죄’가 있다는 점이 참작돼 경쟁입찰 혹은 공동설계 방안이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아 제작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조감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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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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