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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경제8단체 “崔대행,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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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번주 부회장단 공동성명 발표

모호한 상법 개정안 심각한 부작용 우려

상법개정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 제시

국내 경제단체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경제단체들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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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단체가 1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공동성명 발표에 나선다.

상법 개정안 통과로 국내 기업들의 ‘리걸(법적) 리스크’가 눈 앞에 닥친 가운데 경제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이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공동 행동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8단체(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코스닥협회) 부회장들은 이르면 이번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상법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앞서 1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경제계는 최상목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법안이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법안이 공포되면 바로 1년 뒤부터 시행된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는 상법 개정안을 다시 심의해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법률로 확정된다.

경제8단체는 상법 개정안의 모호함으로 인해 초래될 심각한 부작용을 지적하고 최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상법 개정안이 명시한 ‘총 주주의 이익’이라는 표현은 개념상 불명확해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개정안은 ‘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의 주식소유 목적부터 저마다 다른데 이사가 각기 다른 주주들의 입장과 이익을 똑같이 만족시킨다는 것부터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한 기업의 주주는 대주주부터 소액주주, 사모펀드 등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로 구성된다. 대주주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재원 마련을 중시한다면 소액주주는 배당 증대 같은 당장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개념상 모호함 때문에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사들을 겨냥한 주주들의 소송이 빗발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등으로 사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2월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석유화학, 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은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은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며 “이 시기에 이사들이 신속한 경영판단을 못한다면 구조조정과 신산업 진출이 어려워져 기업들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는 국내 경기침체와 미·중 통상 갈등으로 안팎의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마저 시행되면 기업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주주들은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어 이사들이 임기 내내 소송에 시달릴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기업들은 소송이 무서워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등에 과감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앞서 경제8단체는 지난해 10월 공동성명에서 삼성전자가 1983년 반도체 진출 선언 이후 1987년까지 14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남발했다면 지금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주주소송이 빗발칠 경우 회사는 이에 대한 법률 대응 차원에서 막대한 변호사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 재무적으로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제8단체는 상법 개정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문에서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상법이 100만개가 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자본시장법은 2600여개 상장사만을 겨냥한 ‘핀셋 규제’여서 과잉입법 논란을 해소할 대안으로 꼽힌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합병·분할 시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M&A 시 해당 기업에 대한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와 공시를 의무화해 소액주주들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주의 20%를 우선 배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과거 전기차 배터리 등 성장이 유망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후 상장했다가 모회사 주주들이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호소한 만큼 이를 막고 물적분할 후 상장한 유망 사업의 가치도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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