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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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화 | (예)육군 대령
12·3 내란사태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 사건에 가담한 군 수뇌부들 또한 형사 재판을 받으며 지휘체계의 공백이 장기화하고 위상이 추락한 우리 군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에는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 전투기가 민가를 오폭하는 초유의 사건마저 발생했다. 군 조직 기강이 흔들리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안보 위기 상황 발생 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결정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군 지휘체계 확립을 위해서라도 절실하다.
12·3 내란사태는 우리에게 군인의 진정한 책무는 무엇인지, 그리고 불법적인 명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군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국방의 기틀을 다시 잡는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우선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처럼 우리 군은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헌법과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기본 임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군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대국민 신뢰 회복의 시작이며, 이를 위해 정직함과 사명감 있는 지휘관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환골탈태 수준의 개선이 요구된다. 북한의 도발에 신속·정확·충분한 응징 태세를 유지하며 유형 전력을 강화하면서도, ‘소통과 포용 그리고 섬김의 리더십’을 통해 구성원의 신뢰를 끌어내 무형 전력의 극대화에 기여하는 지휘관의 리더십 변화가 필요하다.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같은 각종 불합리한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장병의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 확산과 군 내부의 자정 노력을 지속해야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군은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바, 특정 정권의 군대가 아닌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해 군에 대한 문민통제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군이 정치에 개입하면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군 통수권자와 군 지도부는 군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행동을 보이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여 다시는 12·3 내란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출세 지향적인 정치군인들이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권력과 언론에 유착하려는 악습을 뿌리 뽑아, 원칙을 지키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인재가 고위직으로 진급할 수 있도록 군 인사 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정치적 중립과 헌법적 가치 실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훈련과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끝으로 군의 전문성, 효율성, 책임성을 인정하는 국방 체계 개편과 보훈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 군에 대한 문민의 통제를 강화하되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전문적 판단과 효율성을 존중하여 민주주의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우리 군에 대한 따끔한 질책 속에서도 불철주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군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반적인 복무 환경 개선과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우수 인재들의 입대를 유도하고, 군 간부들이 직책에 걸맞은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장병들에 대한 제대로 된 예우와 보상이 이루어져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삼아 국가 공동체의 영속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이제 우리 군은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이번 내란사태가 주는 역사적 교훈을 발판 삼아 제2의 창군을 하는 수준의 강력한 혁신을 실천해가야 한다.
나아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역사의 반복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과 사회 혼란의 지속,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제 정세, 불안한 안보 환경 속에서도 우리 군이 굳건히 중심을 잡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군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제복 입은 군인들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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