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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광화문에서/황성호]탄핵 찬반 충돌 막으려면 정치권 승복메시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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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황성호 사회부 기자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 기자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반대’ 시위 현장을 취재했다. 지금보다는 탄핵 찬반 여론이 상대적으로 덜 격화됐지만 그래도 현장의 공기는 숨 막혔다. 이른 아침부터 모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나마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으로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질서는 오전 11시 21분 탄핵 선고로 깨졌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돌을 던지며 분노했다. 경찰 차벽에 머리를 찧으며 자해했고 가스총까지 꺼내 들었다. 급기야 시위대는 경찰 버스를 빼앗아 몰다 경찰 소음측정차량을 들이박았다. 그 탓에 차량 위에 있던 스피커가 떨어지며 밑에 있던 70대 한 명이 깔려 숨졌다. 그날 이렇게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이 총 4명이었다. 정치가 목숨을 앗아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은 그때보다 더 극단적으로 갈려 있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라 말다툼이 벌어지는 것은 예삿일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법 사태처럼 사법부를 향해서도 분풀이를 했다. 지지자 한 명이 윤 대통령 체포 당일 극단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탄핵 찬성 측도 다르지 않다. 경찰 무전기를 빼앗아 던져 애꿎은 경찰이 피를 봤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박 전 대통령 당시보다 더 큰 불상사가 벌어지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어렵다.

경찰도 대비책을 세우고는 있다. 13만 명에 이르는 전국 경찰 100%를 동원할 수 있는 ‘갑호 비상’이 선고 당일 발령된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헌재 반경 100m를 진공상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인근 주유소와 대기업, 상점들도 흥분한 시위대에 휩쓸릴 것을 우려해 휴업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주변 학교도 쉰다.

그럼에도 경찰이 극한으로 치달은 시민들의 감정까지 미리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이 탄핵 선고 전에 진심 어린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하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했다. 통합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승복 언급은 사전에 없었다.

물론 여야 지도부 모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이미 내긴 했다. 하지만 그 메시지보다 더 많이 눈에 띄는 건, 선고가 임박해지자 줄줄이 광장으로 나오는 여야 인사들의 모습이다. 단식과 삭발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주장을 되풀이한다. 광장에 선동의 목소리만 들리는데, 시민들이 “승복하겠다”는 여야 지도부의 일회성 메시지를 기억할지 의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직접 내는 입장이다. 변호인이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 했지만 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승복 발언을 들은 기억은 없다. 윤 대통령은 8일 석방 후 “저의 구속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으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면서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고 했다. 그 안타까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 자신이 직접 입을 열어야 한다.

황성호 사회부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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