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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목)

위성락 “정보 유출만으로 ‘민감국가’ 지정? 핵무장론과도 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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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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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에너지 정책과 핵 물질, 첨단기술 등을 관할하는 에너지부가 동맹국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해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17일 한밤중 한국 외교부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관련 문제가 이유로 파악됐다”는 공지문을 내놨다. 곧이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직원이 원자로 설계도를 한국으로 반출하려다 적발돼 해고됐고, 연방수사국(FBI) 등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민감국가 지정이 윤석열 정부에서 분출한 핵무장론 때문이라는 지적을 외교부가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수십년 동안 외교부에서 대미 외교와 핵 문제 등을 담당해온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에 “연구소 정보 유출 사건만으로 미국이 한국이란 나라 전체를 민감국가로 지정한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핵무장론으로 인해 벌어진 이번 사태의 본질을 가리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17~18일 이틀에 걸쳐 위 의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정보 유출 사건이 민감국가 지정 이유고, 핵무장론과는 관계가 없다는 외교부의 설명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한국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유출 사건이 벌어진 것이 민감국가 지정을 촉발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우려가 없었다면, 이런 사건으로 한국이란 나라 전체를 민감국가로 지정하지는 않는다. 보통 그런 사건이 벌어지면 연구원을 처벌하거나 관련 연구소에 대해 조치를 취한다. 지금 전세계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정치인들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핵무장을 주장한 나라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유출 등이 있으니까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외교부가 보안 문제만 있고 핵무장론과는 아예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단정하는 것은 본질을 가리려는 언론 플레이다.”



―한국이 1980년대에도 민감국가로 지정됐다가 제외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1980년대에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도 박정희 정부의 핵무기 개발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사례에 비춰봐도 지금의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 내 핵확산 우려 흐름 속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미국 에너지부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아이다호연구소에서 한국과 관련한 원자로 소프트웨어 유출 시도 사건이 일어난 것은 2023년인데,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은 2025년 1월이다. 그 사건 하나만이 아닌 전체 핵무장론의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민감국가 지정이 핵무장론 때문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친중반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황당무계한 주장이다. 지금 파장이 이렇게 심각한 데도 핵무장론을 주장해 이런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이 ‘핵무장론 때문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매우 개탄스럽다. 지금이라도 문제를 인정해야 바로잡을 길이 열린다.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그동안 핵무장론을 소리높여 주장해온 정부와 여당에 있다.”



―정부는 이번 민감국가 지정으로 한미간 기술 협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미국의 확인을 받았다고 말한다.



“미국의 동맹 중에 이런 낙인이 찍힌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쪽에서도 민감국가를 ‘정보 안보’(information security)의 문제, 한국식으로는 ‘정보 보안’ 문제로 본다. 민감국가가 된 한국에는 민감한 고급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고, 기술 분야에서 한-미 동맹이 2류, 3류 동맹이 된다는 뜻이다. 규정만 보면 절차적 제약이지만, 실제로는 ‘질적인 제약’이 일어나게 된다. 매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를 왕래하며 연구를 해온 2천~3천명 정도의 한국 연구자들,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에 오는 전문가들도 모두 사전에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는 첨단 분야에서 깊은 수준의 협업과 공동연구, 정보 교류가 어려워진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이 지정된 게 민감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라고 했다.



“민감국가 가운데 낮은 단계인 ‘기타 지정 국가’라고 해도 한국이 핵확산 우려 때문에 ‘낙인 찍힌 나라’가 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번 사태는 한국 내 핵무장론에 대해 미국의 깊은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에 초래됐다. 한국이 핵 비확산 문제로 ‘세번째 낙인’이 찍힌 것이다. 첫번째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핵개발 시도고, 두번째는 2000년대 중반 한국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우라늄 농축을 시도한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핵확산 우려국’으로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번은 ‘경종’을 울린 것이지만, 한국 정치인들이 핵무장론을 계속 주장하고 시도하면 앞으로는 점점 단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지난 주말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 민감국가 지정을 공식 확인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지정했다고 명시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고 부각하면서도, 이것을 뒤집거나 수정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기정사실로 확인했다. 외교부는 사전에 알지 못하고 있었고, 보도가 나오니까 에너지부와 국무부 한국 담당자 등과 접촉한 뒤 명단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고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에너지부가 이미 확정된 것이라고 공표했다. 한국 정부는 자기 중심을 가지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 2년반 동안 핵무장론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얘기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모두 공개적으로 핵무장론을 이야기했고, 국민의힘 여러 의원들도 계속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그렇다면 당연히 미국 내에서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대비했어야 한다.”



―민주당에서도 ‘핵 잠재력’(핵무기를 만들진 않지만, 유사시 단기간에 핵무기를 생산·배치할 수 있는 능력)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변화가 있을까.



“민주당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 잠재력 논의가 정리되어 가고 있다. 핵 잠재력을 주장하던 분들도 심각하게 재고한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한국에 최선의 해법은?



“한미가 협의를 통해 민감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회복이다.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하는데, 그 책임이 정부와 여당 쪽에 있다. 이후에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컨센서스를 이뤄서, 핵무장과 핵잠재력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명백하게 선을 긋고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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