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대규모 공습을 하기 전날인 17일 저녁 팔레스타인 가족이 폐허가 된 집에서 불을 피워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 기간에 무슬림은 해가 뜨는 시간에는 식사를 할 수 없기 떄문에, 해가 진 뒤인 저녁과 해가 뜨기 전인 세벽에 식사를 한다. 다음날인 18일 새벽 이스라엘군은 해가 뜨기 전 팔레스타인 전역을 공습했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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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새벽은 여느 때와 비슷했던 듯 보였다.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 기간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동이 트기 전에 식사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평소와 같았던 새벽은 일순간에 비극의 시간으로 변했다. 이스라엘군 전폭기는 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 가자시티 그리고 남부 주요 도시인 칸유니스와 라파흐를 잇따라 폭격했고,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의 이날 전격적인 대규모 공습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불안한 휴전’을 2개월 만에 사실상 무너뜨렸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1월19일 가자전쟁 휴전 발효 이후 두달 만에 공습을 재개한 이유로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요구하는 1단계 휴전 연장 제안을 거부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가자전쟁 3단계 휴전안은 애초부터 불안한 요소가 많다는 우려가 컸는데,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월15일 미국과 카타르 등의 중재로 3단계 휴전안에 합의했다. △1단계 42일(6주) 동안 이스라엘군이 일부 철수하고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2단계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철군 및 이스라엘 인질 추가 석방 △3단계 가자지구 재건이 뼈대였다. 이 휴전안은 1단계 휴전 중에 2단계 휴전 세부 사항을 협상하게 되어 있어 깨지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처음부터 많았다. 실제로 2단계 휴전 협상은 시작도 되지 않은 채 지난 1일 1단계 휴전이 끝났다.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은 인질 59명을 하마스가 추가로 석방하고 라마단과 유대교의 유월절인 4월이 끝날 때까지 약 50일 동안 1단계 휴전을 연장하자는 제안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자신들이 꺼리는 가자지구 철군이 포함된 2단계 휴전으로 이행하지 않은 채 더 많은 인질을 구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하마스는 2단계 휴전으로 이행하자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제안을 거부해왔다.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격으로 전투 능력 대부분을 잃은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철군도 끌어내지 못한 채 사실상 유일한 협상 카드인 인질을 추가 석방하는 일을 원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하자 가자지구에 전기 공급을 끊는 등의 봉쇄를 하며 압박하다가, 이번에 대규모 공습까지 벌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8일 가자지구가 외부와 접하는 유일한 육로인 남부 라파흐 검문소를 닫으라고 명령했다.
사태는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휴전 합의 이후에도 가자지구 곳곳에서 소규모 공습을 이어왔지만, 이번처럼 광범위한 공습은 휴전 뒤 처음이다. 이스라엘군 당국자들은 공습을 넘은 지상군 공격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했다. 2023년 10월7일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4만8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가자 전쟁이 전면 재개될 우려가 있다. 영국 가디언은 하마스 내무부 차관인 마흐무드 아부 왓파 등 최소 5명의 하마스 고위 관계자가 이번 공습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궁지에 몰린 하마스는 인질의 생명을 위협하며 맞섰다. 이자트 리슈크 하마스 간부가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재개한 것은 인질에게 사형을 선고한 결정”이라는 성명을 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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