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짙은 안개가 끼어 가시거리가 짧아진 모습. 동아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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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디지털뉴스팀장 |
12일 오후 9시경 인천국제공항의 가시거리가 100m까지 떨어졌다. 안개와 미세먼지, 황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예진 것이다.
꼭 이날이 아니더라도 기온이 풀리기 시작하는 봄철에는 특히 바닷가 공항을 중심으로 가시거리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바닷물 온도와 공기의 온도 차가 심해지고 물안개가 생기기 때문이다. 심할 때는 가시거리가 50m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인천공항 활주로 폭이 60m인 점을 감안하면 활주로 왼쪽에서 오른쪽 경계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저시정 상황에서 어떤 비행기는 잘만 내리는데, 또 다른 비행기는 착륙을 못 해서 회항하거나 도착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저비용 항공사라 그렇다”거나 “조종사 실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전혀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 항공기관에서는 가시거리에 따라 착륙할 수 있는 비행기와 없는 비행기의 등급을 나눠 놓고 있다. 영어로는 ‘Category’라고 부르고 CAT라고 쓴다. CAT-I이 가장 낮은 등급이고 CAT-III가 가장 높은 등급이다.
반면 CAT-III 등급을 받은 비행기는 가시거리가 175m만 돼도 착륙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장비를 중복으로 여러 개 달아놨을 경우 가시거리 기준이 75m까지 줄어도 착륙 허가를 받기도 한다. 눈앞이 아예 보이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에서는 반드시 조종사들이 수동 조종을 하지 않고 자동 착륙을 하도록 규정이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장비들은 모두 고가 장비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을 받는 저비용항공사들은 이런 옵션이 부담될 수 있다. 한국 국적 항공사들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CAT-III 등급의 비행기가 많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은 CAT-II 등급의 비행기를 쓰는 경우가 많다. “저비용항공사라 그렇다”는 말이 틀렸다고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항공기 기종의 ‘태생적 한계’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보잉의 737 구형 기종은 설계 때부터 전파수신장비 설치가 제한돼 있어 ‘가시거리 0 착륙’이 불가능하다. 반면 737 MAX 기종은 이런 제한을 소프트웨어로 극복해 ‘가시거리 0 착륙’이 가능하도록 항공당국의 인증을 받아냈다.
이원주 디지털뉴스팀장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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