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협상 카드 잃은 중국... "전체 중국인 배신"
트럼프 "파나마운하 되찾게 될 것" 의기양양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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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이 소유한 CK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운하 항구 운영권을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눈독 들였던 운하 운영권을 홍콩 기업이 고스란히 미국에 팔아넘긴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인 전체를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시 주석이 홍콩 회사가 파나마운하 항구 운영권을 미국 주도 그룹에 매각하는 계획에 분노하고 있다"며 "그 이유 중 하나는 해당 회사가 베이징의 사전 승인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상무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에 거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4일 CK허치슨은 파나마운하 운영 지분 90%를 포함, 전 세계 43개 항구 자산을 우선협상 상대인 미국 기업 블랙록 컨소시엄에 228억 달러(약 33조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본계약은 다음 달 2일이다.
파나마운하는 태평양 대서양을 연결하는 경제적·군사적 요충지다. CK허치슨은 1990년대부터 운하 양 끝에 있는 항구 2개를 운영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운영권을 미국이 되찾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왔다. 환수를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파나마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거래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우리 정부는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고 이는 이미 시작됐다"고 자찬했다. 반면 중국으로선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동원할 카드 한 장을 앉아서 잃게 된 꼴이 됐다.
단 중국이 이번 거래를 되돌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CK허치슨의 중국과 홍콩 매출은 고작 12%에 불과해 중국 정부가 압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WSJ는 "거래를 무산시키려는 노력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을 중국도 알고 있다"고 짚었다.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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