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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삼성을 現 위기로 몰아넣은 사법족쇄 10년…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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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위기론’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철저한 반성과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주문했다. 위기의 원인으로는 혁신과 도전의 실종, 이로 인해 ‘삼성다움’을 잃었다는 점을 지목했다. 하지만 삼성을 현 위기로 몰아넣은 핵심 원인으로 ‘사법 족쇄 10년’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팀장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파견검사로 참여한 국정농단 특검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당시 박 대통령 등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이 회장을 수사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2월에는 검찰이 분식회계 수사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대통령, 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한 전 대표였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 된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부당 합병 의혹으로 키웠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0 대 3으로 수사 중단, 불기소를 권고했는데도 검찰은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결과는 무죄였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도 검찰이 ‘기계적 상고’를 강행해 소송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이 200회 가까이 법정에 출석하며 ‘잃어버린 10년’을 보내는 동안 해외 경쟁 기업들은 약진했다. 대만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을 70% 가깝게 끌어올리는 동안 2위 삼성전자는 10% 밑으로 떨어졌다. 세계 고급 휴대전화 시장을 애플이 독식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개도국 시장까지 중국 기업에 뺏겼다.

불확실한 혐의로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이렇게 장기간 사법 족쇄를 채워 경영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하는 일인가. 삼성의 위기에는 공명심에 사로잡혀 나올 때까지 캔다는 식의 수사를 벌인 ‘검찰주의자’들의 탓이 크다. 기업을 망가뜨린 검찰 인사 중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런 나라에선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키워내기도, 지키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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