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 |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돌봄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가구의 비용 문제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이 매우 낮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은 개별가구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전체 취업자수의 9%에 해당하는 33만8000명의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47%는 육아, 46%가 노인돌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월평균 임금은 약 87만원, 최저임금은 약 77만원으로 전체 최저임금(시간당 6600원, 월급 약 138만원)을 크게 하회하나, 대표적인 송출국인 필리핀 ‘전체 및 비숙련’ 노동자 평균임금(약 44만원 및 29만원)에 비해서는 높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25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수의 7%다. 싱가포르는 최저임금제도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은 송출국에 위임된다. 근로자의 출신 국가에 따라 다르나 월급이 42만~53만원 수준이다. 월 평균임금도 약 60만원으로 싱가포르 전체 평균임금(약 400만원 이상)을 크게 밑돈다. 다만,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고용주가 급여 외에도 식사와 주거, 의료비, 항공료 등을 제공해야 한다.
대만도 요양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정받은 가구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외국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전체 취업자수의 2%인 약 24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입주 형태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돌봄 노동자의 평균 급여는 2022년 기준 월 89만원으로 대만의 최저임금(약 108만원)보다 낮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화할 수 없다면 최저임금을 업종별 또는 지역별로 차등화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처럼 미국, 일본, 독일,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업종별 또는 지역별 차등화를 시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나라에서 업종별 및 지역별 최저임금은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산업별 최저임금이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업종별 또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가 돌봄서비스 비용을 낮추려는 취지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선진국 사례를 보면 취지 자체가 달라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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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아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생활비용이 적게 드는 ‘수도권 이외’ 지역의 최저임금이 낮게 될 텐데, 그렇잖아도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문제 되는 와중에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가 도입되면 그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이 지역의 경제적 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에 지역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단 노동계에서 ‘인력을 싸게 쓸려고 하고 돈을 덜 주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 문제여서 경제성만 따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지역별·산업별 최저임금 차등화로 외국인 돌봄 인력의 최저임금을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인상률을 낮게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권 초기 ‘3년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에 부응하느라 급격히 최저임금을 올리는 바람에 2022년 기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상위권에 속한다. 한국은 60.9%로 미국(27.4%)은 물론 일본(45.6%)보다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영국 독일 호주 스페인 캐나다 등보다 높고, 우리나라 위로는 뉴질랜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프랑스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임금이기 때문에 너무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부 영세 중소기업들은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의 몇 퍼센트(%) 등으로 정하는 사례가 있는데 그런 관행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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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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