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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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를 상대로 제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침해 소송에서 이겼다. 지난 2022년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지 2년 3개월 만에 나온 첫 결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남은 다수의 특허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OLED 시장에서 한국을 빠르게 쫓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무분별한 기술탈취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ITC는 미국 내 산업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들어 BOE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 및 판매금지 조치는 하지 않았다. 특허침해 행위가 미국 기업이나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19일(현지시간) 삼성디스플레이가 제기한 스마트폰 OLED 특허침해 소송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3건, 미국 부품 도매업체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4건을 무단 사용(침해)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담당 행정판사의 예비결정을 위원회가 그대로 승인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앞으로도 OLED 사업화 초기부터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축적한 지적재산을 보호하고, 특허 침해 행위에 엄중히 대처해 시장 경쟁력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년 만의 승소…美 특허심판원·ITC 모두 삼성 특허 인정

삼성디스플레이의 다이아몬드 픽셀 특허.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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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와 BOE 간의 ITC 특허공방 시작은 지난 202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에서 스마트폰 사후 수리용으로 유통되는 OLED 패널이 자사 ‘다이아몬드 픽셀’ 등 5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부품 도매업체 17곳을 ITC에 제소했다.

그동안 미국 사설 수리시설은 AS 용도로 저렴한 중국산 스마트폰 OLED 패널을 수입해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ITC 제소 두 달 만인 2023년 2월 BOE가 자진해 특허침해 조사를 받겠다고 나서면서 특허공방이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BOE도 물러서지 않았다. BOE는 2023년 6월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 무효를 주장하며 5건의 특허를 두고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특허무효심판(IPR)을 청구했다.

특허무효심판 청구에는 BOE뿐만 아니라 TCL의 자회사 CSOT, 티엔마(Tianma), 비전옥스(Visionox) 등 다른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까지 가담하며 공세를 펼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곧바로 미국 텍사스주 동부법원에 BOE를 상대로 5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ITC가 지난해 11월 BOE와 미국 부품 도매업체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고 예비결정을 내리면서 승기는 삼성디스플레이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미국 특허심판원도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 5건 중 4건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중국 디스플레이 4개사의 공세는 무위로 돌아갔다. 아직 1건에 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소송서 삼성D에 유리…中 OLED 추격 제동 기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지난해 1월 CES 2024에서 전시한 제품들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BO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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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는 이번 최종결정에서 BOE의 특허침해는 인정하면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장했던 미국 내 수입 및 판매금지 조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ITC 최종결정을 근거로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기술 사용료(로열티)를 요구하며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를 베낀 BOE 제품을 고객사나 부품 도매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ITC의 최종결정을 확인한 텍사스주 동부법원도 조만간 삼성디스플레이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ITC에선 영업비밀침해 소송도 진행 중인데 특허침해 사건의 최종결정이 삼성디스플레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10월 BOE와 자회사 등 총 8개사를 대상으로 ITC에 영업비밀침해 소송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의 예비결정은 오는 21일 나올 예정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LCD 시장을 내준 이후 OLED 시장마저 위협받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번 ITC 최종결정으로 K-디스플레이의 프리미엄 OLED 기술을 지킬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량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기업의 스마트폰 OLED 시장 점유율은 55.1%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6%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BOE, CSOT, 티엔마 등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8.7%에서 44.8%로 상승하며 한·중 격차가 10.3% 포인트로 좁혀졌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국산 패널을 대거 탑재하는 ‘애국소비’가 시장 점유율을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4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중국 간의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중국이 카피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주요한 특성들은 많이 따라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 플래그십이나 앞선 기술들은 격차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어떻게 격차를 다시 벌려 나갈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