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희 스테이아키텍츠 대표 인터뷰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주거공간 제안”
HDC ‘아이파크’의 디자인 철학도 자문
건축 디자인은 ‘공간’을 ‘장소’로 바꾸는 것
스테이아키텍츠 홍정희 건축사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테이아키텍츠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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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닮아야 하죠. 경제가 발전하고 물질이 풍족해질수록 취향은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건축물을 경험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공간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에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된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홍정희 대표가 이끄는 스테이아키텍츠는 건축, 인테리어 설계와 함께 공간을 구성하는 작은 요소까지 관여하고자 하는 건축사사무소다. 건축주의 라이프 스타일을 세심하게 들어 관찰하고, 그에 맞는 건축물과 인테리어 소품을 조언한다. 공간의 중장기적 사용계획이나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 그리고 용도에 따라 공간에 설치되는 제품에까지 참여하는 것은 건축물을 건축주와 동일한 대상으로 보려는 자세다.
작게는 건축주를 닮은 단독주택에서부터 회사 사옥이나 쇼룸과 같이 건축주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주요 분야로 하는 스테이아키텍츠. 그들이 만들었다는 그들의 사옥을 찾았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스테이아키텍츠 사옥 [스테이아키텍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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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건축사무소가 소유한 건물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다보니 클라이언트들이 더욱 신뢰해 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땅을 계약하던 2020년 보다 건물 가치도 크게 올랐다”고 가벼운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홍 대표는 홍익대와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고정석 소장은 미국 시카고의 디자인 해링턴 대학교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하며 실무 및 현장경험을 쌓았다.
비슷하지만 다른 전문 분야를 전공한 두 소장이 운영하기에 자연스럽게 건축과 인테리어를 모두 맡고 있으며 법규검토를 포함한 건축 전반을 홍정희 대표가, 건축과 인테리어의 디자인 총괄을 고정석 소장이 맡고 있다.
스테이아키텍츠 사옥은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들 가운데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꼬마빌딩들에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홍 대표는 “과거 용적률이 300% 이상까지 허용됐던 탓에 기존 건축물은 현재의 허용 용적률보다 크게 지어져 있었고 신축보다 대수선을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 전 층이 오피스로 사용될 것을 감안해 구조체만 남긴 채 입면 전체를 철거하고 창호를 확장해 규칙적인 입면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에서 5층 내외 규모 건축물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계단과 엘리베이터인데 이 건물도 비슷했다.
협소한 계단실과 각층의 복도에 배치된 공용화장실은 20년이 넘은 꼬마빌딩의 전형적인 평면이었고 기존의 화장실 위치에 엘리베이터를 삽입하기 위해 화장실과 계단을 철거한 후 신설했다. 주택의 모습이었던 5층과 6층의 내력벽 철거와 구조보강도 함께 이뤄졌다.
스테이아키텍츠가 리모델링 사업만 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단독주택이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통해 주거공간을 계속 다뤄왔고,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독채 숙소부터 도심형 숙박시설까지 다양한 규모의 숙박시설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같은 포트폴리오가 쌓이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도 찾아왔다. 규모는 작지만 작은 소품부터 건축물 외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하나의 컨셉을 적용했던 숙박시설들을 설계한 것을 본 대기업 관계자가 2023년 사무실로 찾아온 것이다.
스테이아키텍츠가 HDC에 제안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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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홍 대표는 위와 같은 제안을 받았고 2023년 아이파크를 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정립했다. 커뮤니티시설을 포함한 부대시설과 주동 필로티 형식에 입체감있는 공간구조를 적용하고 단지 내 커뮤니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건축적 방안으로서 멀리서도 보이는 공용시설 개념을 제안했다.
“그 동안의 아파트단지가 무지개떡과 같이 층층이 적층된 공간이었다면 새롭게 제안한 공간은 내부 공간의 스케일이 단층형, 복층형 등으로 변화하며 사용자의 공간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고자 했죠. 호텔이나 공유주거 등 유사 주거 용도에서 볼 수 있는 시각적으로 노출된 커뮤니티 시설을 적용했습니다. 엄마가 커뮤니티에서 차를 마시는 와중에도 아이들이 뛰어오는 놀이터가 한눈에 들어오는, 지하에 차를 대고 올라올 때 비를 안맞으면서도 바깥공기를 쐴 수 있는 아파트죠. 커뮤니티의 심리적 접근성을 높이고 시설 운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이같은 그의 노력은 실제 사업에 반영되기도 했다. HDC는 충남 서산 센트럴 아이파크의 기존 컨셉을 수정하고 홍 대표가 제안한 몇가지 아이디어를 적용하기로 했다.
중앙에 있던 메인 커뮤니티시설을 단지 전면에 배치하고 내부 공간감을 확장하는 등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적용해 특화설계까지 함께 진행했다.
홍 대표는 “지하주차장을 개방할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해 주동 필로티 아래인 외부에 입구를 설치해 출입이 가능하게 하면 채광과 통풍은 되는데 직접적인 눈비가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에 아이파크의 브랜드 언어를 정립하고 공간구성 원칙들을 제안했다면 2024년에는 이러한 개념을 담은 시설들을 디자인했다.
단지의 규모가 커질수록 하나의 단지 내에 다양한 타입의 디자인이 적용되기에 주동 입면, 스카이라운지, 커뮤니티시설, 외부 티하우스, 문주를 타입별로 분류해 다양하게 회사에 제안했고 나중 회사는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24년에 제안한 주동 입면 타입들은 천안 부성지구에 적용돼 설계 단계에 있으며, 외부 시설물인 티하우스는 올해 말 입주 예정인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에 적용됐다.
현재는 ‘파크 오아시스’로 명명된 잠실래미안아이파크 티하우스 공사를 위한 실시도면을 작업까지 맡고 있다. 지난해 제안했던 작업물을 해당 단지에 적합하도록 규모와 디자인을 변경해 단지의 상징적 시설물이 되도록 준비 중이다.
홍 대표는 “디자인이 순수 예술과 다른 점은 심미성과 함께 유용성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행에 따라 공간은 객체로서 평면적으로, 시각적으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있는 장소를 주체적으로 인지하며 그 안에서 불변의 건축요소를 찾고 정주의 욕구를 추구한다. 공간을 장소로 바꾸는 것이 건축가가 해야 할 디자인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홍 대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면 먼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자세히 묻는다. 살아온 이야기, 좋아하는 브랜드와 장소 등을 들으며 파악한 정체성을 공간 속에 녹이기 위함이다. 겉모습만 멋진 숙소가 아닌, 그 장소만의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스테이아키텍츠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라는 것도.
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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