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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우파 식당 애용, 탄찬 식당 불매"…'좌표 찍기'에 헌재앞 점주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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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지지자들 '블랙리스트' 공유, 별점 테러·욕설

가게 주인들 "완전 허위, 누가 책임지나" 분통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식당 앞에 태극기를 든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5.3.20/뉴스1 ⓒ News1 이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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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물이 나려고 그래. 마음이 완전히 닫혀버렸어.

(서울=뉴스1) 신윤하 이강 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탄핵 찬성' 음식점으로 좌표가 찍힌 헌법재판소 인근 식당 사장 A 씨(70대)는 불매 이야기를 듣자마자 손사래를 쳤다. A 씨는 "불매 당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진짜 너무 힘들다"며 울상을 지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탄핵 반대 측이 헌법재판소 인근 식당 점주들의 정치적 성향을 추측해 '불매 리스트'와 '소비 권장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탄핵 찬성 가게로 지목되며 생업을 위협받게 된 점주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고 있는 자영업자일 뿐인데 왜 불매 대상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목소리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X(구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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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동조하는 음식점 가지 맙시다" "우파 식당 애용하자"…탄반, 불매·소비 권장 리스트 공유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탄핵 반대 측은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탄핵 찬성 음식점들의 이름과 위치를 시각화한 지도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해당 지도에는 "탄핵에 동조하는 헌재 앞 음식점 가지 맙시다"라는 큰 문구와 함께, 음식점 이름 밑에 '탄찬 시위 참석', '애국자들에게 욕설' 등의 설명이 적혔다.

탄핵 반대 측은 반대로 소비를 권장하는 헌재 근처 '우파 가게' 명단도 만들어 유포하고 있다. 해당 명단에선 가게들을 '확실한 우파'와 '심증만 우파'로 나누어 분류한 후 '사장님 극우', '안국-광화문 행진 때 태극기 들고 응원해 주심' 등의 설명을 각 식당 이름·주소 뒤에 덧붙였다. 해당 디시인사이드 게시물엔 '많이 애용해야겠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탄핵 찬성 측에선 탄핵 반대 측이 만든 '우파 가게' 리스트를 X(구 트위터) 등 SNS에서 공유하고, '실수로라도 절대 가지 않겠다', '우리 꼭 참고해서 가지 말자'며 역으로 불매하겠단 글들이 올라왔다.

헌재 인근 식당들이 카카오맵 리뷰에서 별점 테러를 당한 모습. 카카오맵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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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누가 책임지냐" 당황스러운 점주들…별점 테러·욕설 전화 '고통'

이날 오전 11시쯤 찾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식당 점주들은 최근 확산하고 있는 '탄찬·탄반 식당 명단'에 대해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하루아침에 '불매 식당'이 된 가게들은 "손님들이 조심스럽게 알려줘서 최근에 겨우 알게 됐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탄핵 찬성 가게로 좌표가 찍힌 식당 점주 B 씨(30대)는 "불매 식당으로 공유된 줄도 전혀 몰랐다. 그 글이 대체 어디에 올라온 거냐"며 "탄핵 찬성이니 뭐니 하는 건 완전 허위로 도는 이야기인데, 피해를 보게 된다면 누가 책임질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B 씨는 "시위하시는 분들이 피켓을 세워놨길래, '여기서 세워 놓으시면 안 된다'고 얘기한 적은 있다"며 "근데 여기도 그냥 다른 가게랑 똑같이 음식 파는 곳인데 무슨 정치적 성향이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억울하게 '별점 테러'를 당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전화를 받는 점주들도 있었다. 불매 대상으로 지목된 또 다른 가게의 점주 김 모 씨(48)는 "카카오맵 별점은 영수증 리뷰가 없어도 별점을 남길 수가 있어서 그쪽으로 별점 테러를 하고 있다"며 "가끔 전화 와서 한두 명씩 막 욕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 씨도 "탄핵 찬성 집회에 실제로 참석한 적도 없다"고 털어놨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이건태 의원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중 날계란에 맞은 사건이 발생한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인도에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2025.3.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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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가게' 분류된 점주들도 "손님은 다 손님일 뿐…어떤 놈이 뭐 하러 올린 거냐"

한편 '탄반'으로 분류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소비를 권장하고 있는 식당들도 "괜한 싸움에 휘말릴까 봐 반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점주들도 어떤 근거로 정치적 성향이 분류됐는지도 모를뿐더러, 탄핵 찬성 측에서 역으로 불매할 수 있어 역풍이 우려된단 것이다.

우파 가게 리스트에서 '확실한 우파'로 분류된 식당 사장 C 씨(45)는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 명단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C 씨는 "우리 가게에 오시면 다 손님이지, 우파 식당 같은 게 어딨냐"며 "우파 식당이라고 밝힌 적도, 말한 적도 없다. 어디서 이런 걸 돌리는 거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심증만 우파'로 분류된 헌재 인근 가게 사장 D 씨는 "어떤 놈이 뭐 하러 그걸 올리냐"며 "그럼 우리가 우파한테만 팔고, 또 좌파한테만 안 팔겠냐"고 성을 냈다.

'우파 가게' 명단에 오른 가게들에선 이날 보수 유튜버들이 들어와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보수 유튜버는 "사장님, 제가 지키고 있다"며 가게 내에서 방송을 켰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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