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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4 (월)

한국 전통음악의 진수…산조와 시나위, 그리고 2025 ‘산조대전’ [권혜수의 문화텔레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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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②산조와 시나위

전통과 현대의 공존 2025

※권혜수의 문화 텔레스코프 문화·예술 현장편에서는 어렵고 먼 거리에 있는 듯한 문화예술 공연을 작품설명을 통해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풀어드립니다. 특히,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국악은 음악적 특징, 역사적 배경, 그리고 현대적 재해석 측면을 알고 공연을 관람하면 예술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좀 더 쉽고 명확하게 알 수 있어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즉흥성으로 꽃피우는 우리 음악, 그리고 재즈와의 만남
한국 전통음악을 이야기할 때 ‘산조(散調)’와 ‘시나위’를 빼놓고는 우리 민속악의 정수를 논하기 어렵다. 산조는 서양의 기악 독주곡인 소나타에 비교되는 음악으로 시나위라고 하는 무속음악에서 파생된 독주곡이다. 산조는 장단이라는 리듬의 틀 안에서 연주자의 기량과 예술적 감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산조와 시나위가 지닌 즉흥성은 마치 미국의 재즈와도 흡사해, 동서양 음악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음악적 교류가 없었던 19세기, 우연히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한국의 즉흥 음악 시나위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동한 재즈와의 비교에 이르기까지 이번 칼럼에서는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산조의 특징과 시나위에 대해서 폭넓게 살펴보고자 한다.

시나위와 재즈, 즉흥 속에 피어나는 예술
미국의 재즈는 블루스와 래그타임 등 흑인 음악에서 비롯되어, 즉흥 연주를 핵심으로 삼는다. 연주자 개개인의 즉흥적 솔로, 스윙 리듬, 그리고 팀원 간의 호흡이 재즈의 매력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전통음악이 있는데 바로 ‘시나위’다.

시나위는 무속음악에서 발생한 의식 음악이지만 재즈와 마찬가지로 즉흥적 변주를 통해 연주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큰 공통 분모가 있다. 재즈에는 4비트 스윙, 라틴 리듬 등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고, 산조에는 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 등 전통 장단이 있다. 이처럼 두 음악 모두 정형화된 리듬 패턴을 기반으로 즉흥성을 펼쳐 나간다. 재즈는 코드 진행을 기본 틀로 삼아 즉흥 솔로를 전개하고, 산조는 우조, 평조, 계면조 세가지 음조직을 기본 틀로 삼아 가락을 자유롭게 변주하며 두 장르는 모두 ‘집단적 즉흥’과 ‘개인적 표현’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춘다.

산조의 역사, 흩어진 가락이 하나의 음악으로
산조의 탄생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속음악 중에서도 무속음악인 시나위를 기반으로, 한 연주자가 독주 형태로 즉흥적인 가락을 짜내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음악적 구조가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흩을 산(散)’, ‘고를 조(調)’라는 이름처럼, 산조는 ‘흩어진 가락’을 질서 있게 조율해 하나의 곡으로 완성한 형태다.

산조는 오랜 세월 스승이 입으로 전수하고, 제자가 귀와 마음으로 익히는 방식인 구전심수(口傳心授)로 전해져 왔지만, 현대에는 국악 교육기관과 전공 과정을 통해 체계적인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속악 대부분이 악보로 전해지지 않는 음악이기에, 명인들의 개성과 음악적 해석은 산조의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문화적 뿌리는 다르지만,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가미하는 과정에서 ‘살아 있는 음악’으로 진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초의 산조인 가야금산조의 창시자로 알려진 김창조를 시작으로 거문고, 대금산조가 만들어졌고 해금, 피리, 아쟁산조가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인 지금까지 국악기의 전 종류의 악기에 걸쳐 다양하게 탄생했다. 산조는 세대를 이어가며 현재까지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음악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흔히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한국의 즉흥 음악 시나위, 산조의 뿌리
산조의 바탕인 시나위는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하지만, 각 악기 연주자가 서로 다른 즉흥 가락을 풀어내며 ‘합주’의 형태를 이룬다. 겉보기에는 무질서하게 들릴 수 있으나, 음악적 규칙과 악기 간의 배려가 깔려 있어 놀라운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시나위의 즉흥성과 복합적인 음악 어법이 산조에 녹아들면서, 독주 형태의 산조가 더욱 풍성한 음악적 표현을 갖추게 되었다. 시나위는 합주 형태, 산조는 독주 형태이지만 즉흥성과 장단의 변화, 호흡 등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시나위는 무속 의례에 뿌리를 두어 신명과 역동성이 짙으며 굿거리, 자진모리 두 개의 장단에 기본을 두고 있는 반면, 산조는 느린 진양조부터 점점 빨라지는 다양한 장단을 바탕으로 독주자의 깊이 있는 예술적 해석이 돋보이는 차이가 있다.

산조는 즉흥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완전히 자유로운 ‘프리 스타일’은 아니다. 기본적인 골격(유파별 주요 가락)은 유지하되, 연주자는 자신의 감정과 해석을 더해 가락을 변주한다. 이는 스승에게서 전수 받은 전통과 연주자의 개성이 어우러지는 지점이며, 같은 악기를 연주해도 명인마다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산조 무대에서 연주자만큼 중요한 존재가 바로 장단을 맞추는 고수다. 고수는 장구 장단을 통해 연주자를 이끌기도 하고, 연주자의 즉흥적인 변주에 따라 즉각적으로 호응하며 리듬을 조절한다. 이때 연주자와 고수 간의 교감은 산조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마치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듯 긴장과 이완을 주고받는다.

산조 악기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산조는 악기마다 고유의 음색과 연주법, 그리고 전승된 유파에 따라 다양한 음악적 특성이 드러난다. 산조는 단순한 선율의 나열을 넘어 연주자의 감성과 기술, 그리고 시대에 따른 변화를 담아내는 살아있는 예술이다. 여기서는 가야금, 거문고, 피리, 대금, 해금 등 주요 산조 악기에 대해 살펴본다.

열두 줄에 담긴 희로애락의 시간 - 가야금산조(伽倻琴散調)
가야금산조는 19세기 말, 가야금 명인 김창조에 의해 창제된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구전심수 방식으로 전승되면서 다양한 유파와 계보가 형성되었다. 초기에는 김창조가 제시한 기본 틀(바디)을 바탕으로 연주 기법과 해석이 전수되었으며, 이후 연주자마다 다른 해석이 덧붙인 스타일로 변주시키며 계승하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다양한 변주가 시도되었다. 이처럼 가야금산조는 한 명의 명인이 고안한 기법을 시작으로, 세대를 거치며 각 지역과 스승-제자 관계를 통해 그 폭과 깊이가 확장되었고, 오늘날에는 가장 많은 유파를 형성하고 있으며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가야금산조는 기본적인 선율 구조를 바탕으로 연주자의 즉흥적 해석이 돋보인다. 기본 선율의 반복과 변주, 다양한 장단의 변화와 속도에 따른 리듬의 응집력이 특징이다. 연주자는 손가락의 섬세한 터치와 줄을 뜯는 다양한 기법을 통해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표현하며, 스승으로부터 구전심수로 전해지는 기술과 감성을 몸소 구현한다. 또한 전통 유파를 존중하면서도, 현대 가야금 연주자들은 새로운 음향 효과와 연주법을 도입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를 통해 가야금산조는 고정된 형태를 넘어 변화하는 예술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다양한 음악 장르와의 융합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헤럴드경제

가야금산조 창시자 김창조(金昌祖, 1856~1919)



주요 가야금산조 명인들을 소개하면. 전라남도 영암 출신으로, 가야금산조를 최초로 정립한 김창조(1856~1919)는 판소리와 시나위 음악을 바탕으로 가야금 독주 형식을 만들어 산조 음악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의 음악은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가락이 특징이며, 이후 다양한 유파가 김창조의 음악을 바탕으로 발전했다. 김죽파(1911~1989)는 오늘날 가장 널리 연주되는 가야금산조 유파 중 하나이다. 김죽파류는 김창조류 가야금산조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섬세한 농현, 부드러운 선율, 기품 있는 연주 스타일이 돋보이는 산조로 평가된다.

강태홍(1903~1943)은 전라남도 해남 출신으로, 김창조의 산조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음악을 개발했다. 음색이 깊고, 농현 기법이 강하며, 힘 있고 남성적인 분위기의 연주가 특징이다. 강태홍류 가야금산조는 활기차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공철(1913~1984)은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명인으로, 즉흥성이 강하고 세련된 산조를 완성하였다. 그의 산조는 부드러우면서도 고전미를 중시하는 연주가 특징이다. 서공철류 가야금산조는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며, 현대에도 많은 연주자들에게 전승되고 있다.

성금련(1911~1987)은 해금산조 명인 지영희의 아내이다. 한국 전통 가야금 연주의 대표적인 명인 중 한 명으로, 그녀의 이름을 딴 성금련류 가야금산조는 독창적인 음악성을 더한 유파다. 성금련류 가야금산조는 부드러운 흐름과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며, 여성적인 감각과 우아한 미학이 강조된 연주 스타일이 특징이다. 성금련의 딸 지성자는 모친인 성금련에게 가야금산조를 전수받으며 8세 때 발표회를 시작하여 다수의 공연과 입상을 했고, 현재는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가야금산조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다. 성금련류 가야금산조는 전통을 중시하는 고집스러움과 투철한 예술감각으로 국내 최초 15현 가야금 개량 및 연주곡들을 작곡하여 가야금산조의 신기원을 이룩하였다.

오늘날 가야금산조를 계승하며 전통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대표적인 명인들은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보유자로 지정된 이영희, 강정숙, 문재숙, 양승희가 있고, 故황병기(전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산조), 故백인영(류대봉류 가야금산조), 박현숙(서원대 국악과 교수), 김혜숙(전 국립국악원장), 김일륜(중앙대 한국음악학부 교수), 이지영(서울대 국악과 교수) 등이 있다,

우리에게 판소리로 잘 알려진 안숙선 명창은 가야금산조 및 병창의 국가무형유산 예능보유자였지만, 판소리 명창이기에 가야금산조 및 병창 문화재는 해제되고, 최근 판소리 춘향가 국가무형유산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이들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가야금산조를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며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깊은 울림, 웅장한 선율의 미학 - 거문고산조(玄琴散調)
백낙준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는 거문고산조는 깊고 묵직한 음색으로 산조 악기 중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자랑한다. 다른 악기에 비해 음색은 낮지만, 그 울림은 관객의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거문고는 본래 궁중 음악과 정악(正樂)에서 사용되었으나, 조선 후기 민속음악과 만나면서 산조 형식으로 발전했다. 느리게 시작하여 점차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산조 특유의 구조 속에서, 거문고의 낮고 묵직한 음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한국 전통음악의 깊은 정서와 장중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거문고는 본래 선비들의 악기였다. 정제된 선율 속에서 학문과 철학을 논하던 이들이 가만히 뜯던 악기가, 조선 후기 판소리와 시나위 음악을 만나면서 산조 형식으로 변화했다. 낮고 깊은 소리, 힘 있는 울림, 그리고 단순한 듯 섬세한 미묘한 선율,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거문고산조는 탄생했다. 거문고산조는 여백 속에 멈춰 있는 듯하다가도, 술대가 현을 두드리는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거문고 특유의 낮고 묵직한 음색은 서정적인 동시에 강렬한 리듬감을 지니며, 느린 장단 속에서는 긴 여운을, 빠른 장단 속에서는 역동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연주자는 음의 여백과 미세한 템포의 변화, 그리고 진동을 활용해 극적인 정서를 전달하며, 이는 오랜 시간 쌓인 기법과 예술적 감각에서 비롯된다. 악기의 음색 자체가 시간의 흐름과 역사를 품고 있는 듯한 깊이를 주며, 청중은 그 안에서 고요한 여운을 경험하게 된다.

거문고산조의 역사는 그 선율을 빚어낸 명인들의 손끝에서 더욱 깊어지고 넓어졌다. 백낙준(白樂俊, 1893~1972)은 거문고산조의 기틀을 세운 선구자로, 웅장하고 힘 있는 연주 스타일을 정립했다. 한갑득(韓甲得, 1919~1987)은 깊고 유려한 선율의 대가로 전해진다. 거문고산조에 세밀한 장식음과 유려한 흐름을 더한 인물로, 거문고의 섬세한 감성을 극대화했다. 신쾌동(申快童, 1910~1988)은 강렬한 술대 주법과 역동성의 미학적 요소를 강조하며, 박진감 넘치는 연주 스타일을 확립한 명인이다. 거문고산조의 명인들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거문고라는 악기를 통해 시대와 감정을 담아낸 음악가들이었다.

바람이 전하는 소리 - 대금산조(大笒散調)
대금산조는 관악기인 대금(大笒)으로 연주되는 즉흥적이고 독창적인 기악 독주곡이다. 대금 특유의 깊고 청아한 음색과 감성적인 표현력을 극대화한 곡으로 느린 진양조에서 출발하여 점점 빠른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이어지는 장단의 변화를 통해, 음악적 긴장감과 해방감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대금 특유의 농현(음의 떨림)과 강한 호흡법이 어우러져,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감성을 자아낸다. 연주자에 따라 가락의 전개와 해석이 달라지며, 명인들이 남긴 유파별 스타일이 존재하는 것도 대금산조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대금산조는 전통음악의 정수를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에서는 다양한 장르와 접목되어 창작 국악, 퓨전 음악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국 전통음악의 멋과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대금산조는, 듣는 이들에게 마치 바람처럼 유려하면서도 강렬한 감동을 선사하는 음악이다.

대금의 음색은 한국 전통음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대금산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호흡과 공명이다. 연주자는 숨결을 통해 대금 내부의 공명을 극대화하며, 이를 통해 부드럽고도 풍부한 음색을 만들어낸다. 대금산조는 일정한 음높이와 음량을 유지하면서도, 숨결의 변화에 따라 미세한 감정의 변주를 구현한다. 음의 여백과 리듬, 그리고 숨의 흐름을 조절하는 섬세한 기술은 대금산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며, 전통적인 산조 형식을 한층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대금산조의 창시자인 박종기(朴鍾基, 1879~1941)는 한국 전통 대금 음악의 거대한 흐름을 연 인물이다. 그의 선율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대금이 가진 깊이와 정서를 극적으로 펼쳐 보이며, 한국인의 삶과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가 완성한 박종기류 대금산조는 대금의 섬세한 떨림과 강한 숨결이 어우러져, 한과 흥이 교차하는 감성적인 음악 세계를 펼쳐낸다. 그의 산조는 한 가락이 끝나고 또 다른 선율이 이어질 때마다, 마치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굴곡을 담아내듯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박종기의 음악은 한국 전통음악의 정수를 담아내는 하나의 예술적 유산이 되었다. 그의 대금산조는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탄탄한 구조를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그가 창조한 음악적 언어는 후대 명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한범수, 서용석, 이생강, 원장현 등 수많은 대금 명인들이 그의 음악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열었으며, 박종기의 제자 중에서 한주환 명인은 한국 전통 대금 연주의 거장이자, 대금산조의 중요한 계보를 형성한 명인이다. 그는 현대 대금산조의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로, 독창적인 연주 스타일을 확립하며 대금산조의 발전에 기여했다. 서용석 명인은 한주환의 제자로 대금산조와 피리산조, 아쟁산조를 정립하고 발전시킨 거장이다. 그는 전통적인 남도음악의 깊은 정서를 대금산조에 담아내며, 대금산조의 새로운 유파를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생강은 대금산조를 대중화하는 데 앞장선 명인으로, 화려한 기교와 감각적인 연주로 국악계의 거목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창작국악과 퓨전음악까지 넘나들며, 대금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한 인물로 현재 국가무형유산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이다.

감성을 울리는 현(絃)의 울림 - 해금산조(奚琴散調)
해금은 두 줄 현악기로, 그 섬세한 음색과 표현력이 뛰어난 악기이다. 해금산조는 짧은 현을 활용해 매우 민감하게 연주자의 감정을 반영하며, 해금 특유의 미세한 음의 떨림과 선율의 흐름을 통해 독특한 음악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때로는 애절하게 흐느끼고, 때로는 강렬한 감정의 파동을 일으키며, 단순한 선율을 넘어 한 편의 서사를 표현한다. 해금산조에서는 활과 손가락을 짚어내는 농현으로 현의 떨림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기법들이 사용된다. 이러한 연주 기술은 해금 고유의 섬세한 음색을 살리면서, 동시에 연주자의 내면적 감정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해금산조의 연주는 짧은 순간에도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이는 오랜 전승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예술적 통찰을 반영한다.

본래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에서 반주 역할을 담당하던 해금은 조선 후기 산조 음악이 발전하면서 독주 악기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영희(池暎熙, 1909~1976)는 해금산조의 체계를 정립한 거장이다. 해금산조를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확립한 인물로, 서정적이면서도 탄탄한 구조를 가진 해금산조를 완성했다. 그의 연주는 애절하면서도 절제된 감정을 담고 있으며, 해금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을 극대화했다. 오늘날 많은 연주자들이 그의 음악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며 연주를 이어가고 있다.

깊고 묵직한 울림 - 아쟁산조(牙箏散調)
아쟁산조는 한국 전통음악의 깊이를 오롯이 담아내는 독주곡으로, 걸걸하면서도 애절한 음색이 돋보이는 악기이다. 특히, 아쟁산조는 낮고 깊은 공명으로 인해 웅장하면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그 매력이 무한히 확장된다. 개나리 활이 거친 마찰을 일으키며 현을 눌러 짜내듯이 흘러나오는 선율은 한(恨)을 품은 듯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한국인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아쟁은 원래 중국에서 건너온 대아쟁이 원조이지만 1960년대 여성국극과 무용음악을 위해 개량이 되면서 우리 음악에서는 매우 중요한 악기로 자리 잡아 산조, 시나위 등에 중요한 악기로 자리 잡고 있다,

한일섭(韓一燮, 1917~1996) 명인은 아쟁산조를 독자적인 음악적 양식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본래 아쟁은 주로 반주악기로 사용되었지만, 한일섭 명인은 이를 독주 악기로 자리 잡게 했다. 그의 아쟁산조는 장중한 저음과 다채로운 농현(弄絃, 줄을 흔들어 표현하는 기법)을 통해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담아냈다. 박종선 명인은 한일섭의 제자로, 아쟁산조의 중요한 유파를 형성한 인물이다. 한일섭류의 웅장함과는 다른 부드럽고 감성적인 선율, 유연한 장단 흐름, 섬세한 농현 표현이 특징이다. 남도 음악의 영향을 받아 한과 서정을 담은 가락을 강조했으며, 아쟁의 중저음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그의 음악적 유산은 국립국악원과 제자들에 의해 계승되며, 현대 아쟁 연주자들에게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일섭류와 함께 한국 아쟁산조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대표적인 명인으로 평가받는다.

서용석 명인은 대금과 피리를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그의 산조 음악은 아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용석류 아쟁산조는 한일섭류와는 또 다른 독창적인 선율과 유려한 흐름을 가지고 있으며, 깊은 감성과 정교한 리듬 구성을 통해 많은 연주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외에도 장월중선(張月中善)과 김일구(金壹九)로 이어지는 계보는 독창적인 선율과 기법으로 주목받는 중요한 계보이다. 이 계보는 한일섭류와는 또 다른 흐름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정교한 장단 구성과 깊이 있는 음색 표현이 특징이다. 장월중선 명인은 한국 전통음악의 거장으로, 아쟁뿐만 아니라 거문고, 가야금 등 다양한 악기에 능했던 인물이다.

강렬한 숨결로 그려낸 선율 - 피리산조(觱篥散調)
피리산조는 다른 산조악기(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정착되었지만, 독창적인 매력과 독보적인 연주 기법을 지닌 음악 장르이다. 피리는 높은 음역과 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관악기로, 피리산조에서는 이를 활용한 다채로운 장단 변화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강조된다. 또한 날카롭고 호소력 있는 소리가 산조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국악기 중 가장 큰 소리를 내며 다양한 음악의 리더로 자리잡은 피리산조는 구전심수의 특성과 악기의 난해함으로 1980년대에 늦게 산조로 정착이 되었다. 특히 박범훈류 피리산조는 그동안의 전수 체계와는 달리 악보로 구현한 최초의 산조로 꼽히고 있다. 피리 산조에서는 연주자의 호흡과 입술의 제어가 극히 중요하다. 일정한 장단 위에 즉흥적인 선율을 더하는 과정은, 연주자가 순간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음을 자유롭게 변주하는 데서 그 매력을 발휘한다. 피리의 음색은 때로는 섬세하고 부드럽게, 때로는 강렬하고 날카롭게 변화하여 청중에게 다채로운 음악적 체험을 선사한다.

우리의 산조 악기는 각기 다른 음색과 연주법, 그리고 전승된 유파를 통해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등 각 악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며, 연주자들의 개성과 기법에 따라 무한한 변주와 창조적 해석이 가능하다. 요즘에는 이러한 전통적 악기를 넘어 하와이언 기타를 개량하여 만든 철현금, 북청사자놀이의 반주에 쓰이던 퉁소, 피아노의 전신인 양금 등 21세기에 들어서 다양한 악기들이 산조로 연주되고 있다. 이처럼 산조는 살아있는 유기체로 단순한 전통을 넘어, 시대와 문화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해석되고 발전하며, 한국 전통음악이 지닌 깊이와 아름다움을 오늘날까지 이어가고 있다.

각 악기의 고유한 특성과 그 뿌리에 담긴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산조라는 예술 장르를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산조 악기들의 심층적인 분석은 한국 전통음악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현대 예술로서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과 즉흥의 만남, 2025 ‘산조대전’, 28인의 예인이 선보이는 한국 민속음악의 진수
서울돈화문국악당이 2025년 3월 12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하는 기획공연 2025 ‘산조대전’이 한국 전통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행사는 산조의 오랜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시나위에서 비롯된 즉흥성과 개성 넘치는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색다른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며 산조의 역사와 다양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무대다. 3월 30일까지 진행되는 2025 서울돈화문국악당 기획공연 ‘산조대전’에서는 연주자의 공력이 고스란히 녹아든 무대를 볼 수 있다.

헤럴드경제

2025 <산조대전> 포스터 (사진제공 서울돈화문국악당)



산조를 무대에서 만나는 시간 외에도 <산조대전> 기간 동안 산조와 관련된 특별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3월 29일(토), 3월 30일(일) 오후 2시에는 국악계 대표적 명인 지순자(3.29)와 전남대학교 국악학과 교수 김상연(3.30)에게 산조에 관해 배워볼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도 준비되어 있다. 마스터 클래스는 국악 전공자를 대상으로 10명의 신청자를 모집하여 진행되며, 두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헤럴드경제

전남대학교 국악학과 교수 김상연 <3.30(일) 14:00 마스터 클래스> 진행



2025 ‘산조대전’은 한국 전통음악의 정수인 산조와 그 뿌리인 시나위를 현대적 감각과 융합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28인의 예인이 펼치는 다양한 산조 유파와, 포럼 및 마스터 클래스를 통한 심도 있는 담론이 어우러진 이번 행사는 전통과 즉흥성이 만나는 장으로, 한국의 민속음악이 세계적인 즉흥음악 장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의 계승과 혁신을 동시에 꿈꾸는 ‘산조대전’은 한국 음악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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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박세연 신쾌동류 가야금산조 <3.20(목) 19:30 공연>



이번 ‘산조대전’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재해석을 동시에 추구한다. 아쟁산조 명인인 산조대전 예술감독 이태백은 “각기 다른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여러 연주자의 산조가 모여 하나의 풍부한 음악 세계를 만들어낸다”며, 이번 행사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생생한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포럼과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국악 애호가 및 전공자들이 산조의 전통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전통음악의 미래를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가야금 거문고와 같은 주류 악기와 퉁소, 철현금과 같은 생소한 악기로 연주되는 다양한 산조와 새롭게 복원되는 산조, 60대의 명인부터 30대의 연주자까지 악기도 나이도 매우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산조가 살아 숨 쉬는 전통예술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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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학교 국악과 객원교수 장서윤 김영철류 철현금산조 <3.23(토) 17:00 공연>



산조는 한민족의 삶과 감정을 담은 음악적 유산이며, 시나위가 지닌 신명과 즉흥성을 품은 독주곡의 정수다. 미국의 재즈가 흑인 음악 전통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장르로 발전한 것처럼, 산조 역시 우리의 고유한 음악적 뿌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2025 ‘산조대전’이 전통을 되새기고 미래를 꿈꾸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더 많은 사람이 산조와 시나위가 선사하는 깊이와 자유를 흠뻑 느껴 보시길 권한다.

산조를 상징하는 인상적인 글을 소개한다. 가야금산조 서공철 명인의 글로 산조는 단순한 음악이 아닌 평생을 음악에 담고 사는 예인의 인생과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양조엔 눈이 나리고 중머리에는 봄이 오고요 중중머리엔 군자(님)이 찾아오고 자진머리엔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고 휘머리에서 젊음이 가고 뒷풀이에는 만사를 정돈한다.
글·사진 = 권혜수 우석대 교수

정리 =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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