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건물 내 '강단에 선 자에게 말의 무게를 책임지도록 요구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이아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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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이화여대에서 강의 도중 교수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개강 첫 주인 지난 13일 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 2학년 전공 강의에서 A 교수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싶어 하는데 뜻대로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부정선거 문제가 드러나면 선관위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살아 돌아오면 민주당 반대편 세력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도 했다. ‘남한에서의 공산주의 운동과 이념 전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거 공산주의 운동이 전개됐지만, 의도와 달리 이에 저항하는 이데올로기가 강해진 것과 비슷한 사례로 탄핵 반대파가 주장하는 부정선거 논란을 언급한 것이었다.
A 교수는 강의에서 ‘여수‧순천 사건’을 ‘여순 반란’으로 지칭하거나 “전쟁 상황에서 죽은 사람들 인권을 논하는 것은 한가한 얘기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강의 도중 있었던 교수의 발언을 규탄한다”며 “교수 개인의 정치 성향을 비난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좌우와는 무관하게, 정의와 민주주의 측면에서 교수로서의 도리를 다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현재 학과장, A 교수, 그리고 학생들이 해결을 위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소재의 한 대학 C 교수는 전공 수업 중 플라톤 저서에 등장하는, 착용하면 몸이 투명해지는 마법 반지 ‘기게스의 반지’를 설명하면서 “만약 기게스의 반지가 있다면 용산 대통령실에 가서 윤석열 대통령 목을 따고 싶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월 24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앞에서 재학생들로 구성된 '탄핵 반대 법치주의자 효원인들'과 보수단체 등(사진 오른쪽)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연 가운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부산대학교 민주동문회, 윤석열퇴진금정비상행동 등(사진 왼쪽)이 탄핵 반대 세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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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강의실 밖에서 교수와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의실 안까지 정치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대학교수는 초중고 교원과 달리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다.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필요하면 자문 활동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강의실 내 정치적 발언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 제31조 4항에 명시된 헌법 정신”이라면서 “교수의 발언 맥락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수업 시간에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의실은 공적인 공간이므로 정치적으로 논쟁적이거나 지탄받을 만한 발언은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관련 학칙 제정은 대학의 전반적인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 규제를 통해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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