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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사가 되고 싶나요?" 서울의대 교수 49명의 대답은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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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환철 서울대의대 교수, 도서 '친절한 의학 수업' 출간

머니투데이

서울대병원 전경./사진=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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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의사다운 의사가 되는 길'을 책을 통해 들려준다. 기초의학에서 임상의학까지 현장에서 활약하는 49명의 교수가 의대생, 의대생을 꿈꾸는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직접 답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출판된 '친절한 의학 수업'(출판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은 손환철 서울의대(보라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의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의학 상식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의료 현장의 정보를 모아 엮은 책이다. 서울의대 의예과 학과장을 역임한 손 교수는 대한비뇨초음파학회·대한남성과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남성과학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유명한 의학자와 의학 기술 등 고대 의학에서 근대 의학까지의 발전과정을 차근차근하게 소개하고, 이어 의과대학에 지원하고 싶은 청소년들을 위해 현대 의학의 다양한 분야를 설명한다.

책의 '백미'인 2부에서는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 49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기초의학 분야는 해부학·생리학·생화학·미생물학·약리학 등 14개 분과, 임상의학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성형외과·중환자의학과 등 23개 분과 교수가 전문과를 전공하기 위한 과정과 향후 진로, 현대 의학의 난제, 바람직한 의사상 등을 속속들이 알려준다. 손 교수가 수년에 걸쳐 의대생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선별하고 직접 답변을 듣는 '인터뷰어'로 활동했다고 한다.

특히, 공통 질문인 '어떤 학생이 이 분야에 적절한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흥미롭게 읽힌다. 먼저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식욕 연구를 주제로 출연한 최형진 해부학교실 교수는 "호기심과 지적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을 꼽았다. 최 교수는 "뇌와 마음의 흐름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며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생리학교실의 김성준 교수는 "합리적 가설을 설정하고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과학적 감수성'을 가진 학생이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생명 현상의 '기능적 작동 원리'(logic of life)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생리학자다운 답변으로 읽힌다. 빙리학교실 김영아 교수는 "공부를 많이 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을 꼽으면서 "질병과 치료에 궁금증을 갖고 공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의학분야에서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전문 분야에 적절한 의대생의 소양으로 "환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호흡기 질환은 만성질환으로 환자와 평생 같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암 환자를 보는 혈액종양내과 박진현 교수도 "환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해야 하는 분야"라며 "환자와 관계를 잘 쌓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바랐다.

심장과 혈관을 다루는 순환기내과 임우현 교수는 의사의 미덕으로 "성실성, 공감 능력, 그리고 공부하는 자세"를 꼽았다. 내분비대사내과 문민경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의학은 지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며 매우 깊고 넓은 학문"이라며 "공부를 좋아하고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인간에 대한 존중, 예의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 의학이 '근거 중심'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상상력을 '소양'으로 꼽는 의사도 있다. 자가면역질환을 다루는 류마티스내과 이은영 교수는 "류마티스 질환들은 임상 증상을 통해 몸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추론하고 상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상력과 응용력이 풍부한 학생이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정형외과 이요한 교수는 꾸준함을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대다수 의사는 기존에 개발된 의술을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따라서 환자를 더 많이 이해하고 도와주겠다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성형외과 박지웅 교수는 "의사는 타인의 몸에 합법적으로 칼을 대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직업으로 그만큼 많은 권한을 위임받는다. 좋은 수술 결과를 얻었을 때의 기쁨만큼이나,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의 좌절감과 죄책감도 큰 직업"이라 소개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수입을 따져서는 안 되는 직업"이라며 "생명에 대한 소명 의학과 이를 수행할 충분한 책임감과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자인 손환철 교수는 머니투데이에 "직업으로서 의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알았으면 하는 내용들을 담았다. 현재 의학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고, 추운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대한민국 의료는 언젠가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희망한다"며 "이 책이 의사를 꿈꾸고 의학을 궁금해하는 학생들과 현재 의대생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되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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