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K조선의 고객 'US NAVY'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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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美 해군함, K-조선이 만든다면?…'조 단위' 매출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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및미국 해군 함정 보유 목표 필요 예산/그래픽=윤선정 |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 미 해군의 군함을 직접 제작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으로 기술적 측면에서 신뢰를 얻고, 미국 현지 일부 법 개정까지 이뤄진다면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는 게 국내 조선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20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한 FCL(시설보안인증)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 FCL은 미 국방부 사업 참여를 위한 필수 자격이다. 미국에 조선소가 있어도 이 인증을 받지 못하면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할 수 없다. 필요한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인증 획득 소요 시간은 1년 이상으로 알고 있다"며 "빠른 인증 획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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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1조750억달러(약 1533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 미국이 2054년까지 함정 확보에 쓸 것으로 추산되는 예산이다. 미 해군은 2054년까지 함정 390척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항공모함·잠수함을 제외한 소형 수상함·지원함 위주로 수주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시장 진출에 따라 한화오션 4조7000억원, HD현대중공업 4조3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현지 건조'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본다. 한화오션에 이어 HD현대중공업도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를 검토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미 해군 시장은 베팅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미 해군의 함정 신조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열리게 되는 것"이라며 "한국 조선소 전체의 연간 상선 신조 시장 규모(364억 달러)에 준하는 시장이 특수선 분야에서 생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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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美 해군, K-조선에 SOS…트럼프도 무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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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해군 보유 함정1/그래픽=김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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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미 해군과 조선업의 상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이 규모 면에서 중국 해군에 역전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234척 함정을 보유해 미국(219척)을 앞질렀다. 이 격차는 2030년이면 200대 이상으로 벌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과 패권 다툼을 하는 미국 입장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문제는 미국 조선업이 2000년대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과거 400여개에 달했던 미국 내 조선소는 현재 21개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1970년대 연간 15~25척의 선박을 건조했으나 1980년대 이후부터는 이 수치가 '연간 5척 이하'로 급감했다. 미국은 향후 30년간 약 1500조원을 쏟아부어 해군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동맹국의 도움 없이는 계획을 추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실제 미국은 RSF(지역 유지보수 프레임워크) 정책을 가동, 한국 등 동맹국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RSF는 동맹국 역량을 활용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MRO(유지·보수·정비)를 수행하는 전략이다. 미국 본토 중심의 정비 방식에서 벗어나 동맹국의 산업 기반을 적극 활용해 정비 효율성을 높이고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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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 해군의 최대 파트너가 될 게 유력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명실상부 미국의 동맹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앞선 기술력을 갖춘 곳들이다. 미 해군은 노후 함정을 수리하는 MRO를 시작으로 국내 조선사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두 건의 미 해군 MRO 사업을 따냈고, HD현대중공업 역시 연내에 수주가 유력하다. 미국 내 법 개정까지 이뤄진다면 K-조선이 미 해군 함정 제작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
미 해군 사업은 국가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한국이 내놓을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K-조선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미국을 찾아 관세 적용 제외를 요청하면서 '조선업 분야 협력 강화'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미 간 조선 협력이 군함 건조까지 확대될 경우 한국의 협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K-조선사들이 미 해군의 전략적 파트너가 된다면 양국 간 우호관계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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