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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오스탈 '공개매수' 전략 꺼낸 한화, 이번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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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기자]

오스탈 소유 앨라배마 조선소. 사진=오스탈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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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과거 한 차례 무산됐던 호주 조선·방산기업 오스탈 인수를 재시도한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경영권 인수가 아닌 지분 매입 전략을 들고 왔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조선·방산 협력이 점차 물살을 타는 만큼, 미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오스탈을 반드시 울타리에 넣겠다는 포석이다.

공개매수로 전략 바꾼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지난 17일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호주 자회사 'HAA No.1 PTY LTD에 각각 2027억원, 642억원을 투입했다고 공시했다. 자회사 누적 자본금을 활용해 오스탈 공개매수에 나설 계획이다. 1억8000만호주달러(약 1655억원)를 투입해 오스탈 주식 9.9%를 주당 4.45호주달러에 인수하는 게 목표다. 전날 종가 대비 16%의 프리미엄을 붙였다.

호주 상법상 외국인이 호주 회사 지분을 10% 이상 취득할 경우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화는 우선 9.9%를 확보한 후 FIRB 승인을 받고 지분을 19.9%까지 확대해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한다. 현재 오스탈 1대 주주인 타타랑벤처스의 지분은 19.61%다.

한화는 앞서 2023년부터 오스탈에 세 번의 명확한 인수 조건을 제시하면서 지속적 협의를 해왔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직접적 경영권 인수가 불발된 만큼 이번에는 공개매수를 통해 단계적 인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미국 시장 진출, 오스탈이 열쇠

한화가 이처럼 오스탈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성 때문이다.

오스탈은 현재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 조선소를 보유 중이다. 앨라배마 오스탈USA 조선소는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로, 오스탈 매출의 80%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최근 미 해군과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행한 적 있는 한화로서는 이참에 MRO를 넘어 미군 함정 직접 건조까지 노릴 기회다.

앞서 한화는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해양방산업계 진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필리조선소는 중대형 군함을 만들기에는 도크 규모가 작아 실질적 군함 건조를 위해 활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이에 오스탈USA를 확보해 군함 건조는 앨라배마에서, 소형 함정 MRO는 필리조선소에서 수행하겠다는 게 한화의 복안이다.

오스탈 인수에 성공해 해당 전략이 실현된다면 한화의 발목을 잡는 각종 법적 규제와 현실적 문제도 줄어든다.

먼저 미국은 '존스법'과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을 통해 자국 조선업을 보호 중인데, 현지 거점 마련으로 이를 우회할 수 있게 된다. 존스법에 따르면, 미국 내 항구에서 승객과 물품을 운송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의 지분이 75% 이상이어야 한다.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은 이에 더해 미 군함과 주요 부품을 미국 조선소에서만 제작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 조선소를 운영한다면 대주주의 국적은 상관 없어진다. 군함 건조가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해외 업체가 미국 군함 건조를 따낸 사례가 없지 않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는 2020년 미 해군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는데, 록히드마틴과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미국 유수의 방산업체를 따돌리고 최종 사업자가 됐다. 핀칸티에리는 위스콘신주에 마리네트 마린 조선소를 소유하고 있어 존스법과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저촉되지 않은 것이다.

차세대 미국 해군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호위함까지 외국 업체가 따낼 만큼 미국 조선업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증거였다.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조선 경쟁력을 갖춘 한화가 오스탈 인수만 가능하다면 호위함 이상을 노려볼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더불어 오스탈 인수는 한화로서도 미국 진출 시간을 대폭 앞당길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도 자국 조선업 경쟁력 악화와 해군 전력 증강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번스-틀리프슨 수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실제 개정 여부도 미지수고, 개정까지 걸릴 시간도 알 수 없다.

미국 회계감사원의 2022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에 걸쳐 컬럼비아급 잠수함 5척, 버지니아급 잠수함 9척,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10척, 컨스텔레이션급 유도 미사일 호위함 7척을 포함해 수많은 전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당장 계획된 물량이 많은 만큼, 한화로서도 법 개정을 통한 미 군함 대한민국 내 건조 허가를 가망 없이 기다리기보단 현지 거점을 확보해 빠르게 수주에 도전하는 것이 속도전 차원에서 유리하다.

국내 조선소 도크를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화오션이 특수선 사업부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매출은 상선에서 나온다. 더군다나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운반선과 초대형컨테이너선은 현재 최고가를 유지하며 꾸준한 발주 물량이 나오고 있다. 한화가 오스탈 인수 후 번스-톨리프슨법이 개정된다면, 한화로서는 오스탈USA와 거제사업장 도크를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팔기 싫다"는 오스탈 경영진, 이번엔 다를까

극복할 장벽은 호주 당국 규제와 오스탈의 미지근한 태도다.

현재로서는 당국 규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정부와 국방부는 한화그룹의 1차 오커스 인수 시도 당시에도 부정적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리차드 마를스 호주 국방장관은 지난해 5월 초 "민감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안보 협정만 뒷받침된다면 한화의 오스탈 인수 우려점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가 호주에 레드백 장갑차를 수출하는 등 호주 방산 기반 투자 실적을 입증하고, 다수의 무기체계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력이 있어 규제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호주 현지 군사 전문 매체 '오스트레일리안 디펜스 매거진'은 "리차드 마를스 장관은 아직까지 한화의 인수 시도에 대해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오스탈 경영진이다. 리처드 스펜서 오스탈 회장은 현지 언론에 "한화가 FIRB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한화 지분율로는 이사회 진입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화는 호주 방산사업에서 이미 FIRB 승인 경험이 있다. 보병전투차량, 자주곡사포, 탄약재 보급차량 등의 계약 공급업체로서 호주 에어로스페이스 질롱 시설에 상당한 투자를 한 상태다.

더불어 지난 3년간 약 4000여건의 호주기업의 해외매각 중 미승인 사례는 0.2%에 불과하다. 이 0.2% 마저도 중국 등 적성국에 한정된 사례다. 더군다나 한국은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동맹체 '오커스'에 캐나다·뉴질랜드와 함께 '필라2(제2축)' 가입이 논의되고 있다. 필라2는 6개 기술분야(사이버,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해저 기술, 극초음속 미사일, 전자전) 및 2개 기능 분야(혁신, 정보 공유)를 협력국과 공동 개발하는 체제로, 호주가 그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한국을 밀어낼 가능성은 많이 낮은 셈이다.

결국 오스탈을 설득하는 게 과제다. 오스탈은 과거 1차 인수 시도 당시에도 '전례 없는' 입장을 고수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견지한 바 있다. 2024년 6월부터 한화오션에게 실사로 인한 휴업 수당 500만달러(약 66억원)을 납부해야 하고, 미국이나 호주가 인수 승인에 부정적일 경우 한화에 수수료를 돌려주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3월부터 한화의 현장 실사를 예정일 하루 전날에 취소하는가 하면, 이후에도 FIRB의 승인 불투명성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기도 했다. 결국 한화는 중단을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

한 차례 물러난 한화가 이번엔 공개매수라는 다른 전략을 들고 온 만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첫 시작은 FIRB 승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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