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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양자컴퓨터, 엄청 복잡한 기술... 상용화에 시간 필요한 건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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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 상용화에 20년" 했던 젠슨 황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말은 했지만
기존 주장 되풀이에 참여 기업 주가 ↓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퀀텀데이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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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틀렸다고 설명하기 위해 업계 모든 전문가를 초대한 사상 최초의 행사입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퀀텀데이'. 무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이 같은 '셀프디스'(스스로를 비하하는 말)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 GTC 4일 차를 맞아 열린 퀀텀데이는 양자컴퓨터 업계 전문가들과 '양자컴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엔비디아가 GTC에 양자컴퓨팅을 주제로 한 별도 세션을 만든 것은 처음이다. 양자컴퓨터란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로, 인류 난제를 풀어줄 미래의 주인공으로 여겨진다.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퀀텀데이에서 젠슨 황(맨 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주요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 임원들과 양자컴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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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C 별도 세션 꿰찬 '양자컴퓨팅'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황 CEO는 양자컴 업계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던 자신의 과거 발언이 이날 행사의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1월 "매우 유용한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에는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는데, 이 말이 기사로 전해진 이튿날 양자컴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황 CEO는 당시에 대해 "(양자컴 관련 질문에) 답변을 한 다음 날 몇몇 회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업계 전체 주가가 60%나 하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런 상황을 접했을 때 내가 처음 보인 반응은 '이 회사들이 상장된 회사였느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기술을 다루는 회사들이 이렇게나 많이 시장에 공개돼 있다는 것을 몰랐고, 이 때문에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파급력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는 "그래서 양자컴 산업을 이끄는 모든 회사와 인사를 초대하기로 했다"며 "그들은 내가 왜 틀렸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의도치 않게 업계에 악영향을 미친 만큼, 그들에게 충분히 반박할 기회를 주고자 이날 자리를 기획했다는 얘기였다.

제대로 실수를 수습하겠다는 듯,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대담에서 황 CEO는 양자컴의 가능성을 열심히 띄웠다. 그는 "양자컴퓨팅은 잠재력이 매우 큰 기술"이라며 특히 "생물학, 화학, 물리학 같은 분야에서 명확한 답을 주고, 신약 개발이나 신소재 연구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자컴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가속 컴퓨팅 등을 연구하는 '엔비디아 가속 양자 연구센터'를 설립하겠다고도 밝혔다.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 GTC 넷째 날인 20일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그래픽 메모리 GDDR7에 친필 사인을 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실리콘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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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내겐 길지 않아" 사과 아닌 사과


그럼에도 양자컴 상용화 시점에 대한 당초 자신의 전망은 틀리지 않았다는 입장도 여러 차례 내비쳤다. 황 CEO는 "이 기술은 엄청나게 복잡해 (양자컴 개발이라는)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도 지금의 회사로 발전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다"며 "그러므로 15년, 2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대담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을 향해 날카로운 지적과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양자컴퓨터를 '컴퓨터'라고 소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방향일 수 있다. 사람들은 컴퓨터라고 하면 메모리, 네트워크, 저장 장치가 있고, 읽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자컴퓨터보다는 '컴퓨터를 더 좋게 만들어줄 양자 프로세서' 혹은 '과학 장비'로 소개하는 게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행사는 "사과 아닌 사과에 그쳤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날 대담에 초대된 아이온큐(-9.2%), 리게티(-0.2%), 디웨이브(-18.02%) 등 주요 양자컴 기업들의 주가도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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