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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모두가 1등 선망하지만…1등도 두려움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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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로 빛나던 랜스 암스트롱. '사이클 영웅'으로 추앙받던 그는 도핑 사실이 적발되면서 모든 우승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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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지상주의는 인간을 망가뜨린다. 로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 7연패에 빛나던 랜스 암스트롱은 도핑 사실이 적발되면서 우승 타이틀을 모두 박탈당했다. 잉글랜드 최고 럭비 선수 조니 윌킨슨은 더 많은 타이틀을 따내고, 더 많은 득점을 올리면 우울증이 사라지고 삶의 기쁨을 찾을 수 있을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그걸로는 한참 부족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탈의실 쓰레기통에 메달을 던져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최고가 되기 위해 싸우다 오히려 크게 실패한 사례가 많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최고경영자(CEO)였던 프레드 굿윈은 경쟁심이 매우 강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크든 작든 모든 거래에서 이겨야 했고 상대를 압도해야 했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괴롭힘 문화가 심했다. 은행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경쟁이었다.

굿윈은 야심 차게 기업 인수에 나섰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보다 규모가 세 배나 큰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을 시작으로 아일랜드의 모기지 제공 업체, 보험 회사, 자동차 회사, 기차 회사, 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소를 보유한 미국 투자 회사까지 차례로 인수했다. 굿윈의 마초적인 승리 서사에 인수·합병(M&A)의 타당성을 지적하는 사람은 모두 패배자나 겁쟁이로 치부됐다. 하지만 2008년 2월 영국 기업 역사상 가장 큰 240억파운드의 손실을 기록하며 정부로부터 전례 없는 구제금융을 받았다. 과연 그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매일경제

롱 윈 캐스 비숍 지음, 정성재 옮김 클랩북스 펴냄, 2만5000원


저자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조정 선수, 분쟁지역에 파견된 외교관이라는 전혀 다른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어떤 세계를 가든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오늘날 만연한 경쟁주의와 승리 지상주의를 탐구하며 우리 삶에 녹아든 승리의 언어와 승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스포츠·비즈니스·정치·교육까지 다양한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승리에 집착할수록 패배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두려움이 동기가 되는 순간 성공에 필수적인 창의성과 협동 능력, 성장하고 학습하며 적응하는 능력은 억제되고 만다. 두려움은 결국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스트레스는 이성적인 사고와 감정 조절을 방해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하지도 못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승패에 집착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만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롱윈(Long win) 사고를 제시한다. 롱윈은 단기적인 성과에 목매지 않고 평생 지속될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핵심 요소 세 가지는 명확성, 꾸준한 배움, 연결이다. 첫 번째, 명확성은 원하는 성공 모습과 기준을 분명히 세우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정의 내리는 것이다. 이때 쉽게 바뀌는 숫자와 눈앞의 결과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 우리 삶이 존재하는 이유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두 번째, 배움의 자세를 유지하고 성장을 성공으로 정의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다. 세 번째, 연결이란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하며 능동적으로 관계 맺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다면 숨 막히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롱윈 사고가 실제로 구현된 사례는 많다. 저자는 인류 건강부터 직원 성장까지 책임지는 제약 회사 에자이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에자이 조직문화의 키워드는 팀워크, 감성 리더십, 극한의 주인의식, 자발적 노력, 긍정 에너지, 회복 탄력성이다. 에자이 직원들은 속도와 압박 속에서 일하지만 꾸준히 혁신하고 협력하는 마음가짐을 놓치지 않는다. 기술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인 영향력과 인간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한다. 이를 위해 사고방식, 행동, 관계가 모두 개방적이고 창의적이며 협력적이어야 한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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