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현실화하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들 또한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국회에서는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산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듣기 위한 토론회 개최에 분주하다.
인공지능(AI) 분야가 대표 영역이다.
최근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석학들부터 미국 빅테크까지 한자리에 모인 토론회가 있어 기대감을 갖고 현장을 찾았다. AI는 전 세계 최대의 화두이니만큼 발제를 맡은 석학의 의견을 듣기 위해 국회의원도 토론회에 많이 참석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조금 이상했다. 토론회가 시작했는데, 첫 발제를 담당한 교수의 발표는 쉬이 첫 장을 넘어가지 못했다. 발제 전에 국회의원들이 돌아가며 환영사와 축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연되면서 발제를 담당한 교수의 발언 시간은 줄어들었고, 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중요한 부분만 짚겠다"고 말하며 빠른 속도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다음 발제자 또한 시간이 부족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토론회를 기획한 배경과 의의를 설명하며 중요성을 환기하고 참가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게 하는 환영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토론회는 한자리에서 만나기 힘든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자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자리다. 그러한 자리를 만들 수 있는 권력은 국민 대신 국가의 정책을 만들어가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이기도 하다.
다만 당연하게도 환영사는 토론회의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로 존재한다. 악기로 친다면 다른 악기들을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드럼 정도가 될 것이다. 노래에서 드럼의 소리를 듣다 보면 기본 박자 리듬을 치다가 구간이 바뀔 때 중간의 작은 북들을 치며 꾸밈음을 넣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이를 '필인'이라고 부르는데, 짧지만 화려한 테크닉으로 분위기를 돋워주기도 한다.
드럼을 배우다 보면 탄탄한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고서는 이 필인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칫하면 박자를 틀리거나 때로는 테크닉이 과해 노래 분위기를 해치기도 한다. 산울림의 '회상'같이 잔잔한 노래에 북만 신나게 두드리는 모습을 그려보면 된다.
함께 주최한 의원들이 공동으로 하나의 환영사를 내거나 한 명이 대표적으로 짧고 굵게 환영의 말을 전하고 초청된 이들에게 귀 기울이면 좋을 듯하다.
숱한 토론회가 산업의 건강한 논의를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정호준 디지털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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