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약 유명해진 가수 조째즈의 '모르시나요' 유튜브 영상에는 1만여 개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헤어진 연인과 사별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 노래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고마움, 늦깎이 가수에 대한 응원 등 1만개의 사연은 노래 한 곡이 주는 벅찬 감동과 위로를 절감하게 한다. 이 노래는 현재 노래방 차트 1위에 올라 있고, 각종 음원 순위에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올해 40세인 조째즈는 오디션 프로에 나간 적은 있지만, 정식 음반을 내본 적이 없는 무명 가수다. 라이브바에서 다비치의 노래를 커버했다가 원곡 작곡자가 반해 리메이크를 하게 됐는데 이게 예상치 못한 히트를 쳤다.
조째즈보다 조금 먼저 뜬 황가람도 무명가수 바람을 몰고 왔다. 그의 나이도 40세. 이번에 못 떴더라면 이름 없이 영영 묻힐 뻔했다. 조째즈와 마찬가지로 다른 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했다가 대박 난 케이스다. '나는 반딧불'은 별다른 홍보와 방송 출연도 없이 오로지 노래가 가진 호소력만으로 음원 차트 1위까지 올랐다. 황가람은 가수가 되고 싶어 스무 살에 무작정 상경했지만 가난한 무명 세월을 견뎌야 했고 심지어 다섯 달 동안 노숙을 한 적도 있다.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라는 노랫말은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는다.
트로트 복고 열풍과 아이돌 그룹 홍수의 시대에 40대 무명 가수들의 성공은 주인공이 온갖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뤄내는 영화를 보는 듯하다. 화려한 무대와 대자본 마케팅이 없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누군가에게는 위안을 선사한다. K팝의 다양성을 키우려면 이런 무명 가수들이 재능을 꽃피우기도 전에 포기해 버리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오디션 프로뿐 아니라 상설공연장, 문화 쿠폰 같은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제2, 제3의 조째즈·황가람이 들어주는 이 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을까.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