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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美 계란 품귀, 日 쌀값 폭등 남의 일 아니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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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식품 가격 폭등으로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으로 계란 품귀가 심각한 상황이고, 일본은 쌀값이 1년 만에 2배로 치솟았다. 양국 정부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식탁 위기는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문제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2월 A등급 계란 12개의 평균 소매가격이 5.9달러(약 8650원)로 전년의 2배 수준으로 올랐다. 계란을 사기 위해 '오픈런'이 펼쳐지고, 계란 도난과 계란 밀수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2022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이후 산란계 1억6600만마리가 살처분된 영향이다. 가금류에 백신을 맞히면 수출이 위축된다는 이유로 백신 개발 등 근본 처방을 미룬 게 결정적이었다. 관세 칼날을 휘두르던 미국이 계란을 수출해 달라고 각국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국내산 계란수출은 이미 시작됐는데,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은 20일 "한국에서 더 많은 계란을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쌀 대란도 심각하다. 5㎏ 쌀 한 봉지가 4077엔(약 3만9800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99% 폭등했다. 한국의 2.5배 수준이다.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 대지진 우려로 인한 사재기, 50년 넘게 시행해온 쌀 감산 정책 등이 폭등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비축미 방출'이라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쌀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양국 사례는 특정 식품 수급 관리 실패가 물가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고, 그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도 지난해 사과 가격 폭등으로 시장 혼란을 겪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당시 사과 생산량 감소를 예측하지 못하고 적절한 수급 대책도 마련하지 못해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 했다. 식품 수급 문제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농산물 정책을 재검토하고, 농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 또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식량 수급 동향도 예의 주시하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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