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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잇따른 '모델리스크'에 비상…돌파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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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다예 기자] 최근 배우 김수현이 고(故) 김새론이 미성년자였던 때부터 교제했다는 의혹이 일며 그를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에도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모델은 기업의 얼굴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유통가의 '김수현 지우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잇따른 모델 리스크에 일부 기업은 버츄얼(가상) 모델와 캐릭터 등을 자체 개발하거나 아예 모델을 없애고 상품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잊을만한 하면 터지는 유통가 '모델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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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유통업체들이 사생활 논란이 인 배우 김수현에 대해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고(故) 김새론 유족 측과의 갈등이 길어지며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통상적으로 유통을 비롯한 식품·패션업계의 경우 유명인의 이미지를 이용해 브랜드와 상품의 인지도와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 왔기에 이들의 사생활 논란은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밀접하게 교류하는 유통업계 특성상, 기업 이미지 실추는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미 일부 소비자를 중심으로 그가 모델인 브랜드의 제품을 불매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이에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김수현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LG생활건강은 10여 년 전 게재됐던 김수현의 화장품 광고 영상을 모두 내렸으며 비건 뷰티 브랜드 딘토도 최근 모델로 발탁한 김수현과의 일정을 전면 보류한 상태다. 홈플러스는 계약 파기에 대한 법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2월 김수현을 모델로 발탁한 데 이어 올해 2월 계약을 연장한 바 있다. 이외에도 아이더, K2코리아, 볼류머 등은 공식 채널에서 김수현이 등장하는 광고를 모두 제거했다.

유통가의 김수현 선 긋기는 한국을 넘어 해외 기업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이다. 20일 차이나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쿠쿠 차이나는 공식 웨이보에 "김수현과 관련된 모든 홍보 활동을 중단하고 김수현의 이미지 자료를 즉시 교체하겠다"라는 성명문을 게시했다. 이어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관련 사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향수 브랜드인 '조 말론 런던'도 아시아 앰배서더인 김수현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대만 세븐일레븐도 28일부터 사흘동안 진행 예정인 '세븐일레븐 가오슝 벚꽃축제' 행사 전날에 선보일 예정이었던 김수현과의 협업 제품 출시를 보류한다.

한편,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수현이 모델인 한 샤브올데이 식당에서 그의 얼굴이 인쇄된 종이를 뒤집어 세팅한 모습이 게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김수현의 입간판을 버리거나 그의 광고 사진을 찢는 등의 인증 영상들이 SNS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개재되기도 했다.

외식사업가인 백종원을 모델로 기용한 업체들도 곤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백 대표를 모델로 출연시킨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한돈)는 광고 중단을 결정했다. 일전에도 배우 유아인, 가수 임창정 등이 사회적 물의를 빚으며 이들을 모델로 발탁한 유통업계에 한차례 비상이 걸렸던 적이 있던 만큼 잇따라 발생하는 모델 리스크에 유통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내놓은 '모델리스크' 타개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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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통가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어울리면서도 화제성과 도덕성 등을 두루 갖춘 모델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더해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로 높은 광고비 지출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기와 화제성을 갖추면서도 기업 이미지에 꼭 맞는 모델을 찾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애쓰고 있다"라면서 "사생활 문제뿐 아니라 광고 비용이나 홍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고려 사항이 있어 (모델을 선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실적 부진의 직격타를 맞은 면세업계는 일제히 모델 기용을 하지 않고 있다.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는 현재 모두 기존 홍보모델과 앰배서더 계약을 종료 후 신규 모델 계약을 맺지 않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매출 하락으로 모델을 발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모델 계약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거나 버츄얼(가상) 모델, 캐릭터 등을 활용해 광고를 제작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가상 모델 '루시'가 대표적이다. 루시는 2021년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 인간이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의 라이브 커머스 진행, 롯데호텔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바 있다.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도 눈길을 끈다. 신세계백화점의 '푸빌라', 현대백화점의 '흰디', GS25의 '무무씨'는 기업의 프로모션과 기획 상품 제작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편 모델을 활용한 홍보보다는 본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기업도 늘고 있다. 별도의 모델 없이 유통 상품 강화, 고객 편의 시설 확충 등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백화점, 마트, 전자상거래 등 유통 채널은 식품과 패션업계에 비해 모델로 얻는 효과가 덜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번 자리 잡은 채널은 모델을 기용 여부가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채널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나 기업 이미지 자체에 더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많은 기업에서 모델 계약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리스크가 계속 발생하다 보니 계약을 맺더라도 단기 계약을 선호 현상이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조건 자체도 더욱 세분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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