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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안보 위기로 K-방산의 주가가 날로 치솟고 있다. 방산 수출 규모는 200조원을 바라보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 등 주요 방산업체들은 유럽과 중동 등 신시장에서 연달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정부와 방산업계를 통틀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직까지 K-방산은 개별 기업의 퍼포먼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조 단위 규모의 국가간 계약인 방위사업 특성상 정부 지원이 필수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 속도가 기업의 영업 활동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추미애·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K-방산을 위한 평화방위기금 설립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방위산업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계약이 있을 때마다 정부 심사와 법 개정을 통해 지원하는 것보단, 안정적인 기금을 바탕으로 즉각 대응과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토론회에는 두 의원을 비롯해 정성훈 한국지역경영원장(대구가톨릭대 교수),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최영진 한국정책경영연구원 전문위원, 심천수 국방부 방위산업수출기획과장, 송방원 건국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해 평화방산기금 설립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좌장을 맡은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대한민국에 공적 기금이 67개 정도(3000조원 규모) 있는데, 국방부는 군인연금과 복지연금밖에 없다"며 "국방 안보 차원을 위해서라도 평화방위기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35년쯤 되면 학령인구와 국방인구가 전부 감소하고, 대구 등 지역에서는 내연자동차 관련 산업이 소멸될 예정"이라며 "쇠퇴하는 산업군을 대체하고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방위산업을 지역경제의 전진기지로 배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지는 발제에서는 최영진 한국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이 '평화방위기금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 전문위원은 "첨단과학기술과 제조역량의 집대성이 방위산업이고, 이는 전시에는 국가를 지키며 평시에는 경제를 부흥시킨다"며 "국내 클러스터는 수도권이 아닌 남부 해안벨트에 집중된 형태이기에 이들을 연결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과 기금을 만든다면 인구 소멸 문제 해결뿐 아니라 지역간 불균형 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심천수 국방부 방위산업수출기획과장은 "향후에도 세계적인 군비 증강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지만, 한국은 주요 방산 선진국들의 견제에 직면했다"며 "한국은 그간 빠른 납기와 기술력, 현지화 등 강점을 보유한 반면에 정책금융지원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위산업 수출성장 및 향후 위상 확대를 고려해 독자적 기금 마련은 수출 확대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기금을 수출을 위한 특별 재원뿐 아니라 R&D 투자 지원, 설비 투자 지원 등 수출 확대뿐 아니라 산업 전반 성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업계 관계자들이 평화방위기금 조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난 K-방산 수출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부작용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폴란드와 국내 업체들의 '빅 딜' 성사 이후 금융지원의 한계가 꾸준히 거론됐다.
대안으로 기금 조성이 제시된 배경이다. 수출입은행 자본금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방안으론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방산수출뿐 아니라 수출입 전반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이 방산 수출 지원에만 주력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결국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지원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방위산업에만 초점을 맞춘 전문적 수출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현장에서는 기금 조성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송방원 건국대학교 교수는 "기금을 통한 방위산업 지원은 대출·보증·투자가 거론되는데, 이는 원금 회수를 전제한다"며 "정부가 100% 수요를 통제하는 방위산업 특성상 민간 차원에서 대출과 보증 투자 등을 통해 제품을 만들더라도 정부가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수익을 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드론 산업이 있다. 전국에 300여개의 드론 업체가 있는데, 이들이 사모펀드 등을 통해 투자금을 받지만 연간 100억원대의 손해가 발생한다. 군이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돈이 없어서 방산 기업이 육성되지 않는 것이 아닌, 수요와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주요 수출처인 유럽은 현재 '바이 유러피안'을 통해 유럽산 무기 구매 확대 의사를 드러낸 바 있으며, 또 다른 타겟인 중동은 오일머니를 통해 별도의 기금 없이도 수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시장으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은 국가 자체의 자본력이 떨어져 실제 구매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다.
송 교수는 "기금은 결국 수요와 연계시켜야 한다"며 "군이 먼저 필요로 하는 사업 목표를 먼저 정하고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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