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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한화에어로 주가 폭락…주주들은 왜 유상증자 소식에 뿔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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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판교연구개발(R&D)센터 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들이 회사의 갑작스럽 유상증자 발표에 화가 났다. ‘K-방산’으로 각광받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21일 13% 넘게 폭락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날(72만2000원)보다 9만4000원(13.02%) 내린 62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 폭락은 전날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일 방산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유럽, 호주, 미국 등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 차세대 핵심 제품을 공급하는데 대규모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며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주당 60만5000원에 595만500주를 발행하는 것으로 전체 유통주식의 13.05%에 달한다.



■ 유상증자로 전체 주식의 13% 증가



투자자들의 불만은 유통주식 물량이 늘어나 단기적으로 자신이 가진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는 우려에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상승세가 가팔랐다. 전세계에서 전쟁이 지속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향해 국방비 부담 몫을 키우라고 압박하는 등 재래식 무기를 생산하는 한국 방산업체들이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조7000억원대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고, 향후 2년 동안 6조원대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해 초 36만3500원(1월2일)에서 지난 18일 76만4000원으로 약 세 달이 채 되지 않아 110%나 올랐다.



지분 가치 희석보다 더 본질적인 실망 이유는 기업이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0일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 등에 1조3000억원을 주고 한화오션 지분 7.3%를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화오션 지분 추가 인수는) 현금 보유분과 개선된 영업현금흐름으로 인수 대금 조달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유가 있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부 자금은 그룹 계열사에 쏟아붓고, 정작 한달 뒤엔 투자자금이 부족하다고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셈이다. 설령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할 지 모르지만 회사는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등 다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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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으로 오르던 밸류업 기대에 타격



아울러 최근 국회가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등 한국 기업의 이른바 ‘재벌 디스카운트’가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타격을 받았다. 네이버 종목토론실 한 투자자는 “총수 일가의 안중에 주주는 없다”고 지적했다. 토스증권에서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 소유를 인증한 한 주주는 “오늘 유상증자에 멘붕”이라고 적었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한화그룹이 최근 한화오션 지분을 정리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발생한 자금과 지분의 흐름이다. 한화에너지와 관련 계열사들은 이번 과정을 통해 한화오션을 인수하는데 들인 1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50%), 김동원 사장(25%), 김동선 부사장(25%)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가 52.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7월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한화 주식 600만주를 2만7950원에 공개매수하려다 개인 주주들의 반발에 막혀 389만주만 매수하는데 그쳤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22.65%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김동관 부회장의 지분은 4.91%에 불과하다. ㈜한화 지분을 22.15%까지 늘린 한화에너지가 아들들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활용폭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증권가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한화오션과 별개”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쪽은 이날 “이번 유상증자는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관련이 없다. 하나의 현금 흐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는 각각 별개 사안이다”며 “유상증자는 방산, 해외 거점, 무인기 등 투자하고자 하는 대상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에 들어서 조선, 해운, 항공 쪽에서 수출 기대감이 큰 산업”이라면서도 “유증 결정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주주를 대상으로 기업 설명 활동 등을 하면서 소통을 하고, 유증도 대규모가 아니라 순차적으로 나눠서 해도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고 평가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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