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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하루 손님 4명꼴”...추억의 지방 버스터미널, 줄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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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줄고 대체 교통수단 증가
이용객 급감하며 경영난 심각
7년간 민영터미널 38곳 폐업
남아있는 232곳 중 161곳은
하루 탑승객 500명도 안 돼

업계 ‘관광허브 변신’ 자구노력


경북 울진군 온정종합터미널 대합실 의자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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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전국 각지를 잇는 버스터미널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영월 상동터미널은 지난해 3월 이후 시외버스 노선 운행이 전면 중단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고 고성군 대진터미널도 하루 이용객이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고성군 관계자는 “터미널 이용객은 인근 군부대 장병이 전부”라며 “이용객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1986년 문을 연 경북 울진군 온정종합터미널 역시 현재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한때 울진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백암온천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용객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이곳의 연간 탑승객은 1356명으로 하루 평균 이용객이 3.7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지방 버스터미널들이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지방 소멸’ 이슈와 더불어 KTX 같은 대체 교통수단이 늘어나며 ‘지역 이용객’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지방 터미널들은 KTX 연계 ‘관광허브센터’로 거듭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3일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난 7년간 폐업한 민영 터미널은 38곳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터미널은 총 283곳으로 이 중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영터미널은 51곳이고, 민영 터미널은 232곳이다. 협회는 전국 민영 터미널 중 69%에 달하는 161곳을 잠재적 폐업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하루 이용객이 500명에도 못 미치는 곳이다.

터미널 이용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도 이용객 수가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터미널 월평균 이용객은 838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월평균 이용객(1377만명)과 비교해 61%에 그쳤다. 같은 기간 매표 수입금도 1719억원에서 1339억으로 22.1%나 줄었다.

이용객 수가 줄다 보니 영업손실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협회가 전국 민영 터미널 중 자료 제출에 응한 115곳을 대상으로 영업손익을 조사한 결과 2019~2023년 연평균 43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터미널 사업자는 승차권 판매에 따른 매표 수수료와 상가 임대료가 주 수입원이다. 하지만 터미널을 찾는 이가 없다 보니 매표 수수료는 물론 상가 임대료까지 매년 감소해 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

터미널 운영난이 심화되자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다. 고령층 등 운전이 힘든 주민들의 유일한 장거리 이동 교통수단이 버스이기 때문이다. 버스터미널이 폐업하면 주변 지역 교통 환경이 악화돼 지역사회 공동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손실을 무릅쓰고 민영 터미널을 매입해 공영화 시설로 운영하거나 터미널 복합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터미널 업계도 자구 노력에 나섰다. 인근 KTX 철도역과 여객터미널을 연계해 활로를 찾아보자는 구상이다.

KTX, 관광열차 등을 통해 지역의 각종 축제나 관광지 등을 찾아온 관광객을 대상으로 터미널이 지역 내 ‘관광허브’ 역할을 맡아보자는 복안이다. 터미널 대합실 안에 방문객 안내 정보와 편의시설 등을 설치하고 관광순환버스를 운행해 이용객 운송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KTX 이용객이 여객터미널을 중심으로 지역 내 최종 행선지까지 신속·편리하게 이동하는 수요응답형 서비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가 확대되면서 KTX특송과 여객터미널을 연계한 소화물 서비스도 터미널 활성화 방안으로 구상하고 있다.

김정훈 터미널협회 사무국장은 “터미널은 지역 주민의 이동 편의와 공공성 차원에서도 교통 허브 역할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터미널이 잘 활용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자체의 생활인구 유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울진 = 우성덕 기자 / 고성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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