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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다] 난이도 조절로 유저층 확장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강한 액션, 깊은 서사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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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호 기자]

영웅은 영웅으로 남았을 때 가치있다. 외형이나 서사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카잔을 영웅으로 남게 하는 것은 결국 유저의 실력이다. 이는 게임의 재미와 직결된다. /사진=넥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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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을 접한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게 벌써 수개월 전이다. "어렵다"는 이야기만 네 차례 이상 들었다. 지난해 '카잔'은 그랬다. 시각적 익숙함에서 기인한 호감이 조작 미숙으로 휘발되는 순간마다 고개를 들어 개발사 로고를 한 번씩 봤다. 궁금했다. 이 게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넥슨은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을 많이 보유한 게임사다. 동종업계에서 시가총액으로 줄을 세우면 제일 앞에 서는 곳이기도 하다. 그 원동력은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은 지식재산권(IP)에서 나온다. '카잔'의 모태가 되는 '던전앤파이터'가 대표격이다. 이정헌 대표는 지난해 마켓브리핑을 통해 IP 확장을 통한 매출성장을 주창한 바 있다. 그렇다면 다시 궁금해진다. 이 게임은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가.

"그렇게까지 하신 이유가 뭡니까?"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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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이 높았다. 그만큼 소구 범위가 좁아 보였다. 하드코어 액션 RPG라는 장르에서 거름망에 한 번 거른다. 보스전 특유의 난이도에서 또 한 번 필터링을 거친다. 챕터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체감 난이도는 다시 장벽이 된다. 속된 말로 어려운 게임은 서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카잔, 그 몰락한 영웅은 몰락한 채 실패만 거듭했고 대장군은 커녕 대장 노릇도 쉽지 않아 보였다. 동전을 쌓아놓고 게임해도 도저히 깰 수 없었던 어린 시절 문방구 앞 풍경이 자꾸만 떠올랐다.

맞춤형 난이도로 타깃 유저층 확대...세심한 시스템 돋보여

그랬던 '카잔'이 달라졌다. 난이도를 구분해 선택지를 제공한다. '쉬움'으로 이어지는 꽃길은 유배가던 카잔도 춤추게 한다. 적절한 회피와 가드가 연계기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댄스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이밍 맞춰 박자를 쪼개고, 무사히 쪼갰을 때 유저의 페르소나는 한 단계 성장한다. 3종 무기에 따른 호쾌한 타격감은 덤이다. 그 와중에 멋들어지게 옷마저 차려입으면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묵은 생각은 올해 초 비로소 시스템으로 정착했다. 이 '카잔'이 그 '카잔'인지 이제는 묻고 싶다.

대장군 카잔은 때로 무서운 모습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창을 들면 '삼국지'의 상산 조자룡 같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게임의 어두운 분위기 속에 독특하게 녹아든다. /사진=넥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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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는 예선이다. 그동안 까치발을 하고 담장 너머로 '카잔'의 배경을 구경해야 했다면 이제는 턱을 괴고 바라볼 정도는 된다. '던파'에서 파생된 카잔의 세계관이나 이를 구현한 3D 셀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이 비로소 시야에 들어온다. 시작부터 암울한 분위기는 독특한 화풍과 결합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장르도 무대도 달라졌지만 그래도 이 게임이 '던파'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 아울러 배경음악을 곁들인 세계관은 단테의 '지옥문'에 근접하면서도 멀끔한 카잔의 얼굴을 볼 때마다 판교의 넥슨이 생각나는 식이다.

RPG의 모습을 한 성장 시스템은 긍정 요소다. 게임은 '쉬움'과 '일반' 난이도 두 가지로 나뉘는데, 성장의 재료가 되는 '라크리마'(경험치) 모으기를 통해 '쉬움' 단계를 자체적으로 조금 더 하향 조정 가능하다. 예컨대 필드의 적들을 재생성하는 방식으로 경험치를 반복해서 쌓으면 원하는 레벨로 보스를 마주할 수 있다. 챕터 선택 시 권장 레벨이 표기되므로 이를 가이드로 활용해도 무방하다. 이 과정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파밍의 재미는 뜻하지 않게 세트 아이템을 모았을 때 배가된다. 세트 아이템엔 추가 버프 효과가 붙는다.

마음만 먹으면 유저들이 게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자세한 정보를 백과사전 형식으로 삽입했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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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설정들은 개발진의 고민을 짐작하게 한다. 상태나 효과, 기술 등 유저가 알면 좋은 각종 팁들을 메뉴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능력치 강화가 가능한 수준의 라크리마가 모이면 라크리마를 나타내는 숫자의 색이 변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캐릭터가 죽으면 모아둔 경험치를 구체 형태로 현장에 떨어뜨리게 되는데 아이템을 통해 이를 회수할 수 있다. 적들의 기력이나 체력 바도 표시된다. 소소해 보이는 이런 설정은 전반적인 시스템을 뒷받침해 게임을 완성하는 톱니로 기능한다.

구성의 단조로움, 플레이 시간 견딜까...인지도·공략법 변수로

아쉬움도 있다. 게임은 조작의 직관성과 즉각적인 반응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콘솔 패드의 특성과 어우러져 부가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이 때문에 조작기를 키보드와 마우스로 바꿨을 때 역체감이 상당하다. '레벨링'으로 불리는 난이도 조절 작업은 후반부로 갈수록 피로도를 유발한다. 이를 반복할 경우 게임은 보스전을 위한 기나긴 준비과정으로 변모한다.

스토리를 보는 맛이 일품이다. 다만 그것도 챕터를 무리 없이 공략 가능할 때 기대할 수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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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은 진일보하고, 서사는 깊어졌지만 약한 적, 중간 보스, 챕터 보스로 이어지는 구성의 단조로움은 피하지 못했다는 인상도 준다. 이 과정에 캐릭터 육성과 스킬 향상, 파밍 등 다양한 재미 요소를 투입했지만 결국 같은 뼈대가 챕터별로 반복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경향은 짙어진다. 다만 카잔의 서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이런 단점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타깃 시장별 IP 인지도가 흥행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종합하면 '카잔'은 액션과 서사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강렬한 액션과 깊이 있는 스토리, 몰입감 넘치는 그래픽으로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선보인다. 무기별 특화된 스킬트리, 능동적인 보스전 설계, 성장 시스템과 난이도 조절을 통한 접근성 강화 등 다양한 요소는 도전과 성취의 쾌감을 선사한다. 80시간이라는 플레이 타임 속 단조로움은 과제로 남지만, 유저들 사이에 다양한 공략법이 공유될 경우 게임은 한층 더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식 출시일은 오는 28일이다. PC와 콘솔(PS5, Xbox Series X/S)로 만나볼 수 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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