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앱 '시그널'에 초대…국방, 전쟁 계획 올려
"상업용 채팅방에 전쟁 계획을…간첩법 위반 소지"
헤그세스 '부인', 백악관은 인정…트럼프 "금시초문"
[사나=신화/뉴시스]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군의 공습을 받은 예멘 사나의 한 주택가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미군이 지난 15일 후티를 겨냥한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기 전 채팅방에 언론인을 초대해 작전 계획을 유출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025.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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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급 안보라인이 채팅방에 언론인을 초대해 예멘 후티 반군을 겨냥한 공격 계획을 유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제프리 골드버그 디 애틀랜틱 편집장은 24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로 나에게 전쟁 계획을 문자로 보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골드버그 편집장에 따르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약 2주 전 상업용 메시지 앱 시그널의 암호화된 그룹 채팅방에 골드버그 편집장을 초대했다.
채팅방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급 안보 관료들이 참여해 있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15일 오전 11시44분께 채팅방에 후티를 겨냥한 공격 계획을 올렸다. 무기 종류와 목표, 공격 순서, 시기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담겼다.
2시간여 뒤인 오후 2시 미국은 예멘 전역의 후티 시설을 공습했다.
[워싱턴=AP/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6일 워싱턴 펜타곤에서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과 회동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5.03.25.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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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팀 합의를 지지하고, 이러한 우려는 내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럽을 다시 구제하는 건 싫다"고 반복해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혐오감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우린 (공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이 채팅방에 이틀간 머물렀다고 한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인터뷰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전쟁 계획을) 공개하기 전까진 주로 절차적, 정책적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며 "그러다 채팅은 전쟁 계획으로 바뀌었고, 솔직히 말해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제다=AP/뉴시스] 마이크 왈츠(앞)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하는 모습. 2025.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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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방부 관료들은 헤그세스 장관이 전쟁 계획을 상업용 채팅방에 올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종류의 대화를 시그널 채팅방에서 나누는 것 자체에 민감 정보 취급에 관한 법률인 간첩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국가 안보 관계자들은 개인 휴대전화로 이 단체 채팅방을 이용했다면 더 문제가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해킹 시도가 계속되는 상황에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즉각 비난에 나섰다.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작전 보안 및 상식 실패"라며 "군사 작전은 국민 생명이 걸린 만큼 승인된 보안 통신선으로 최대한 신중하고 정밀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 유출 사건을 알지 못한다며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2025.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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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장관은 유출 사실을 부인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순방 중 만난 취재진에 골드버그 편집장을 "소위 언론인"이라고 지칭하며 "누구도 전쟁 계획을 채팅방에 올리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내가 할 말은 그게 전부"라고 일축했다.
백악관은 인정했다. 브라이언 휴스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현재로선 보도된 메시지가 진짜인 것으로 보이며, 실수로 추가된 경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채팅이 "고위 관료들 간 깊고 사려 깊은 정책 조정을 보여준다"고 포장했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루비오 장관의 신중한 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추가 질문은 백악관에 문의하라고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디 애틀랜틱 기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당신한테서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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