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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미국 주식에 ‘다걸기’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에게 분산 투자의 필요성을 경고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한은은 26일 발행한 ‘서학 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위험 투자에 주력하는 편중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국내 거주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에서 미국 주식 투자 비중(잔액 기준)은 2019년 58.2%에서 2023년 말 88.5%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기관 등을 포함한 투자자 전체 평균(47%→63.1%)을 크게 앞지른다. 이 현상은 2023년 이후에도 계속 심해져 지난 18일 기준 90.4%까지 높아졌다. 액수로 보면 2019년 말 개인의 주식투자 잔액은 한은 국제투자대조표 기준 152억달러(약 18조원·이하 집계 당시 환율 기준)에서 지난해 말 1161억달러(약 162조원)로 8배가량 늘었다.
투자 종목도 미국 특정 상장종목에 쏠려있다. 개인의 해외증권투자 상위 50위 종목의 잔액(18일 기준 717억달러·약 105조원) 가운데, 미국 상장 종목 비중은 2019년 말 57.0%에서 현재 96.5%로 늘었다. 특히 투자 상위 10위 종목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7(M7) 종목 대다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일반·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돼 있다. 18일 현재 개인은 이들 종목을 454억달러(약 67조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개인의 해외증권투자 전체의 43.2%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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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개인이 다른 나라 투자자보다 레버리지 투자에 집중하는 등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을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레버리지 ETF는 추종지수의 수익률을 2배 이상, 인버스 ETF는 역의 배율을 따르는데 이들은 수익 변동성이 크다.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가 주로 보유한다.
이러한 투자성향은 미 시장이 호조세를 보일 때는 고수익 달성에 동력이 되지만 반대 상황에서는 손실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예컨대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등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2021년 미국 증시 투자자들은 24.1% 수익률을 올려 국내 투자자 전체 수익률 평균을 2배 가까이 웃돌았지만,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봇)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었던 2022년에는 반대로 전체 투자자 평균은 물론 주요 지수 하락 폭의 2배에 근접한 수준의 큰 손실을 봤다. 최근 S&P500지수는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2기 정부 정책 기대감으로 지난달 19일 사상 최고치(종가 기준 6144.15)를 기록했다. 이후 ‘관세 전쟁’ 본격화 등으로 크게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은은 “한번 손실을 보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M7이나 레버리지 ETF 등 일부 종목에 대한 과편중을 줄이고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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