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저항에 혁신은 멀고 규제만
눈부신 발전 일군 옛실력 되살려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크게 내렸다. 지난해 12월에 올해 전망치를 2.2%에서 2.1%로 처음 내린 데 이어 석 달 만에 0.6%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추며 내년 성장률도 1.8%로 해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그게 현재 우리의 실력”이라고 했으니 OECD 전망대로라면 우리의 실력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셈이다. 게다가 올해 OECD의 세계 경제성장률이 3.1%로 추계된 것을 보면 한국의 실력은 세계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성장은 경이로웠다. 세계 10위 안팎의 국내총생산(GDP)이나 무역 규모, 주력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잘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대외금융자산 순위가 2012년 133위에서 지난해엔 7위로 수직상승했다. 물건을 팔아 돈을 벌던 국가에서 자본을 해외로 풀어 돈을 버는 국가로 진화한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에 더해 주기적인 이자, 배당이라는 경제의 버팀목을 하나 더 잡은 셈이다. 이 같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바탕으로 2023년에는 1인당 명목 GDP가 일본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의 실력이 세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니? 이 총재는 “그동안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고 새 성장동력이 될 만한 산업도 키우지 않아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세계 평균 성장률을 참고지표로만 여길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한국 경제가 고인물같이 정체된 현상은 상위 10대 수출 품목의 20년간 변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960년대에서 2000년까지 반세기 동안 수출품목이 섬유, 수산물, 광물에서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뀌며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것과는 달리 2000년 이후의 지난 20년은 그전과 거의 변화없이 경직돼 있다.
신산업 창출의 마중물인 혁신이 기득권 이해집단의 저항과 이들에게 영합하는 정치권 규제 탓에 태동 단계부터 부진하다. 승차 플랫폼인 ‘타다’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사업이 원천봉쇄됐다. 중국에서도 보편화된 원격 의료는 의사단체의 저항으로 발목이 잡혔다. 법률지원서비스는 변호사 단체, 부동산 플랫폼은 공인중개사 단체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반도체 업계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은 노조에 의해 막혔다. 그 결과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사업모델 중 57개가 한국에서 창업이 불가능한 황당한 규제환경을 갖기에 이르렀다. 역주행하는 혁신은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고 미래세대의 기회를 박탈했다. 1%대 저성장, 세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우리의 실력은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피곤하다. 어딜 봐도 만만한 구석이 없다. 탈출구는 불평불만뿐,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가 없다. 2025년 세계행복지수 중 한국은 58위, 6계단이나 하락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갤럽, 유엔지속가능네트워크(SDSN)의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나온 결과다. 한국인의 낮은 행복감이 국제적으로 공인됐고 이 또한 우리의 실력이라 할 수밖에 없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경제와 사회에서 한국의 실력이 떨어질수록 우리의 미래도 어려워진다. 작금의 정치 상황이 마무리되면서 우리 실력도 다시 올라가는 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우리는 그런 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것이 또한 국제적으로 공인된 한국의 실력이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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