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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삼성이 부리고 돈은 퀄컴이 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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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도 위태…위기의 갤럭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가 ‘내우외환’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IT 기업 공세가 거센 가운데 숙적 애플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갤럭시 ‘아성’을 호시탐탐 위협한다. 삼성 반도체사업부(DS 부문) 부진으로 핵심 부품 공급망에서 협상력이 훼손돼 손익 통제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내우외환’ 위기에 처한 삼성 갤럭시와 무선사업부(MX사업부)를 진단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5 호황에도 마냥 웃지 못한다. 중국 추격이 거센 데다 원가 통제가 쉽지 않아서다. 사진은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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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방 사수 위태

좌불안석 MX사업부

지난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역대 최고 점유율을 갈아치웠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의 한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39%에 달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인 2023년 4분기 35%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애플 약진에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64%에서 60%로 내려앉았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는 계절성이 있어 1개 분기 성적만으로 추세 전환을 가늠하기는 이르다. 통상 애플은 9월이나 10월에 최신 아이폰 등 신제품을 공개해 계절성이 짙단 평가다. 신제품 발표 직후 판매량이 반영되는 4분기(10~12월) 매출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수년간 삼성과 애플 4분기 점유율 추이를 보면, 지난해 부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4분기 기준 삼성 갤럭시 국내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이상 줄어든 때는 지난해 4분기와 2022년 4분기 정도다. 다만, 4분기 기준 삼성과 애플 점유율 격차는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과 애플의 국내 점유율 차이는 21%포인트로, 2023년 4분기(29%포인트)·2022년 4분기(29%포인트)·2021년 4분기(35%포인트)·2020년 4분기(27%포인트) 중 가장 낮다.

이 같은 점유율 추세에 비춰 작금의 갤럭시 부진은 삼성 폴더블(접이식) 갤럭시Z 6시리즈가 기대 이하 성적을 받은 데다 애플의 약진이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먼저, 지난해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 줄었다. 전체 판매량이 줄었더라도 삼성이 예년 수준 판매량을 유지했거나 늘었다면 점유율은 올라간다. 점유율이 하락했단 의미는 판매량 자체가 줄었단 의미다. 이 수요의 상당 부분은 애플로 이동한 것으로 IT 업계는 해석한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 7월 선보인 갤럭시Z 6시리즈가 기대 이하 성적을 받은 데다 시장 침체로 중저가 스마트폰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단 분석이다.

내부 요인: 듀얼칩 무력화

협상력 잃고 손익 통제력 내줘

삼성 스마트폰 위기 원인은 복합적이다. 내부 약점과 외부 위협 요인이 겹친 다중 위기라는 게 다수 전문가 진단이다.

무엇보다 최근 삼성 MX사업부(스마트폰)는 DS 부문(반도체) 부진으로 공급망 이원화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통상 스마트폰 제조사는 복수 공급사를 두고 공급망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이는 원활한 부품 조달을 위한 목적이지만, 협상력을 높여 손익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DS 부문 부진으로 삼성 MX사업부 수익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3월 7일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는 순항 중이다. 국내 출시 21일 만에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기간이다. 해외서도 호평이다. 갤럭시 S25 울트라는 유럽 5개국 소비자연맹지에서 최고 스마트폰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삼성 MX사업부 속은 편치 않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핵심 부품(모바일 D램·AP) 공급을 줄줄이 경쟁사에 내준 탓이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미국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전량 탑재됐다. 메모리마저 미국 마이크론의 모바일 D램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가 우선 공급됐다.

특히, 갤럭시 S25에 퀄컴 스냅드래곤 전량 탑재는 삼성 MX사업부에 상당한 부담이다. AP는 스마트폰 핵심 부품으로 MX사업부 손익 구조를 좌우한다. 듀얼칩 전략이 무력화할 경우 퀄컴을 상대로 한 가격 협상력에서 열위에 처해 이익률 확보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퀄컴은 공정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신제품 출시 때마다 전작 대비 가격을 최대 30%까지 인상한다. 스냅드래곤8 엘리트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이 갤럭시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AP 성능을 두고 크고 작은 논란에 휘말렸음에도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병행했던 이유다.

삼성전자 AP 매입 비용은 2021년 6조2116억원에서 2022년 9조3138억원, 2023년 11조7320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 여파로 삼성 모바일(MX·NW)사업 부문 매출은 상승세지만, 영업이익이 추락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노출됐다. 중장기적으로 삼성 스마트폰에서 퀄컴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갤럭시 시리즈 출고가는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판매량 등 실적에도 큰 부담이다.

사정이 이렇자 삼성 안팎에선 ‘갤럭시가 대박 나도 돈은 경쟁사가 쓸어담는 꼴’이란 자조가 팽배하다. 이를 두고 삼성 수뇌부 간 성과 경쟁의 부산물이라는 안 좋은 시선도 존재한다. 핵심 사업부 간 ‘사일로 현상(Silo Effect)’ 심화로 부분 최적화와 부분 이기주의 등이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MX사업부 입장에서 칩 공급사 대상 협상력을 키우려면 DS 부문이 든든한 우군이 돼줘야 하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듯한 형국이 펼쳐진다”며 “노태문 사장이 DS 부문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매경이코노미

외부 요인: 애플·中 ‘샌드위치’

폴더블 ‘선두’ 입지 위협

외부 위협 요인도 산적해 있다. 전통의 라이벌 애플 아이폰이 건재한 가운데,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삼성의 뒤를 맹추격한다. 애플에 치이고 중국에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단 평가다.

삼성이 불편한 대목은 갤럭시 브랜드 평판(Brand Reputation)이 세대를 아우르는 확장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40대를 주축으로 한 주 소비층이 핵심 판매량을 지켜주지만, 문제는 후속 세대부터다. 미래 핵심 소비자층인 1020세대에선 시간이 갈수록 애플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응답자는 64%가 애플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대로는 머지않아 ‘판매절벽’에 맞닥뜨릴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연속성 있는 미래 고객 확보가 쉽지 않게 됐다”며 “현재 1020세대가 소비 주축이 되는 시기가 되면 점유율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중국 IT 기업 약진은 이제 실질적인 위협 요인이 됐단 시각이 우세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는 점유율 13%로 16%를 기록한 삼성을 턱밑까지 따라왔다. 오포, 비보 등 중화권 기업 합산 점유율은 30% 안팎으로 이미 삼성을 한참 따돌렸다. 특히, 샤오미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샤오미 스마트폰 매출은 1918억위안(약 38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성장했다. 하이엔드 모델이 늘면서 평균판매단가(ASP)도 1081.7위안(약 21만9000원)에서 1138.2위안(약 22만9000원)으로 올랐다. 중저가에서 하이엔드 모델로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쌓고 있단 평가다.

이 같은 여파로 삼성은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인도 점유율도 크게 하락했다. 인도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삼성은 11%의 점유율로 2023년 4분기 3위에서 5위로 밀렸다. 지난해 4분기 인도 시장 1위는 21%의 점유율을 챙긴 비보가, 2위는 샤오미가 차지했다.

그나마 강세를 보이던 폴더블(접이식) 스마트폰 입지도 위태롭다. 프리미엄 시장 강자인 애플이 뛰어드는 까닭이다. 애플은 이르면 2026년 하반기 자사 최초 폴더블 기기 양산에 들어간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애플이 뛰어들면, 폴더블 스마트폰인 Z시리즈 판매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돌파구 어디서 찾나

반도체 DS 정상화 필수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론 점유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고, AI를 탑재한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삼성 MX사업부가 근원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DS(반도체) 부문과 유기적인 협업 복원이 필수적이다.

당장 올 1분기 갤럭시 점유율은 선전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1분기는 ‘갤럭시의 시간’으로 불린다. 갤럭시 S25는 최단기간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갤럭시 S25 시리즈의 연간 판매량은 3800만대로 전작 갤럭시 S24 판매량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2분기에 슬림 모델인 S25 엣지가 출시돼 연간 판매량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 탑재 IT 기기)에도 기대감이 팽배하다. 삼성전자는 S24 시리즈부터 AI 서비스를 탑재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삼성 스마트폰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DS 부문 기술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 MX사업부 역시 손익 통제력 확보를 위해서는 DS 부문이 안정적 수율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유리하다. AI 기능이 고도화할수록, 이를 뒷받침해야 할 AP(프로세서) 칩과 메모리 반도체 성능과 수율 개선이 필수다. 삼성 DS 부문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 S25 탑재를 목표로 지난해 엑시노스2500을 개발했지만 양산엔 사실상 실패했다. 성능과 수율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가 엑시노스 수율을 제대로 맞춰주지 않으면, S25 원가율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 반도체 ‘30년 왕좌’ 내주나
HBM ‘닥공’ 하이닉스에 1위 뺏길 판
삼성전자 MX사업부보다 분위기가 더 안 좋은 곳이 반도체사업부(DS)다. 30년간 지켜온 D램 매출 점유율 1위 자리를 올 1분기 사상 처음 SK하이닉스에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D램 매출은 SK하이닉스를 근소하게 앞섰다. 삼성전자가 주춤한 사이 HBM을 앞세운 SK하이닉스가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 D램 매출의 약 40% 이상이 HBM에서 나왔다. 올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그대로다. 주요 고객사 엔비디아에 삼성전자가 HBM을 속 시원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탓이다. HBM은 고부가가치 AI 메모리로, 일반 D램보다 가격이 3~5배가량 높다. 적게 팔아도 일반 D램보다 매출이 월등히 많이 발생한다. HBM 메모리가 주력인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매출을 올리기 쉬운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런 시각을 빠르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올 1분기 SK하이닉스 D램 매출이 삼성전자를 2조7000억원가량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HBM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D램 평균 가격이 삼성전자보다 20% 이상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에 밀렸다. 지난해 DS 부문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 밀렸다.

매출 점유율까지 역전되면 삼성이 가진 핵심 무형자산인 ‘D램 1위’ 정체성도 훼손이 불가피하다. D램 주도권을 경쟁사에 완전히 내줬단 신호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상황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단단히 벼른다. 늦어도 올 하반기엔 12단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겠단 목표다. 지난 3월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저희(삼성) 12단 HBM3E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마침 반도체 ‘저승사자’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2025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9조4000억원에서 40조8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HBM3E(5세대)-HBM4(6세대)를 양산하더라도 초기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누리던 만큼의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삼성의 본격적인 가세로 5세대 이후 HBM 공급망이 ‘듀얼칩’ 체제로 재편될 경우, 시장 경쟁 심화로 납품 가격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미국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투자가 둔화하면 HBM도 단기 재고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HBM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원료가 되는 D램 칩이 일반 제품 시장으로 유입돼 D램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진욱 기자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2호 (2025.03.26~2025.04.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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